쌀 등 곡물값이 폭등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식량파동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불안해진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는가 하면 소요사태 등 사회불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각국이 가격 안정을 위해 곡물 수출제한 조치 등을 취하면서 국제 곡물값은 더 뛰는 악순환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국제 쌀값은 4일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5월 인도분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0.8% 오른 100파운드당 20.37달러(t당 400.96달러)에 거래됐다.

올들어 쌀 가격은 45% 급등했다.

지난해 전체 쌀값 상승률 33%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14년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세다.

블룸버그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30억명 가량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상황에서 쌀값이 더 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때 하락세로 돌아섰던 밀 콩 옥수수 등 기타 주요 곡물 가격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작년에 73% 급등한 옥수수의 경우 이날 사상최고치인 부셸당 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요 쌀 생산국들이 자국의 곡물재고 확보를 위해 수출을 제한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2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올해 수출량을 작년보다 11% 가량 줄일 계획이다.

인도는 바스마티(길쭉하게 생긴 쌀) 품종이 아닌 쌀의 수출은 지난달 31일부터 금지했고,바스마티의 최저 수출가격도 t당 1100달러에서 1200달러로 올렸다.

이집트 또한 10월까지 쌀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각국의 쌀 수출 규제로 주요 쌀 소비국들은 초비상이다.

최대 수입국인 필리핀의 경우 식당에서 제공하는 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정부미 배급을 1인당 하루 4kg로 제한하는 등 초긴축에 들어갔다.

태국의 일부 슈퍼마켓은 1인당 쌀판매 상한을 설정했다.

홍콩에선 시민들의 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의 뤼수롄 부총통은 "쌀값 폭등이 고유가보다 (대만에)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곡물값 급등으로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4%로 2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도 3월 물가상승률이 8.2%로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6.5%를 훨씬 뛰어넘었다.

물가폭등에 따른 사회불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현재 33개국이 치솟는 식량과 에너지값으로 잠재적인 사회적 불안에 직면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파키스탄은 불법 곡물 수출 단속하기 위해 경찰력을 투입했으며 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선 수출 제한에 항의하는 시위가,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폭동이 발생했다.

곡물값 급등의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이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 수요는 최근 몇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곡물 생산은 이상기온이나 병충해 피해 등으로 부진하다.

미국 농무부는 올 곡물연도(2007년 9월~2008년 8월)의 세계 곡물 재고율을 사상최저치인 14.6%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970년대초 식량파동 당시의 15.4%보다도 낮은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계속되는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인해 국제 곡물가가 계속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