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랜들리’를 표방한 정부가 되레 기업 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며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목적은 소비자 편익을 위한 것이지만 시장 자율이 아닌 정부의 압력으로 비춰질 수 있어 시장주의와 배치된다.

통신요금 인하와 생필품 가격 점검 등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은행연합회에 전화를 걸어 송금수수료 인하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4일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2일 청와대 민원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은행들이 여지가 있으면 자율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최근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에 항의성 민원이 많이 들어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청와대 전화를 받자마자 이날 곧바로 문서를 작성해 각 은행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때마침 공적자금 투입 은행인 우리은행이 하루 뒤인 3일 송금수수료를 최대 2000원 내리기로 결정해 마치 청와대 의견을 즉각적으로 수용한 것 같은 모양새가 돼 버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수준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보고 지난달부터 자율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준비해 왔는데 공교롭게 청와대 의견 전달 시기와 겹쳐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은행 수수료 수준에 대해서는 높다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수수료 문제만 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메가뱅크 추진 과정을 보더라도 관치금융의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단기적으로 국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더라도 길게 봤을 때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은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은행(-2.64%), 신한지주(-3.19%), 우리금융(-0.26%), 하나금융지주(-3.84%), 기업은행(-0.60%) 등 대부분 은행주들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음식료 업체들은 물가 안정 대책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52개 생활필수품 가격의 현장 집중점검에 본격 나선다고 밝혔다. 각 부처별 지속적인 현장점검과 함께 품목별 유통구조 개선, 매점매석 처벌 등을 강화한다는 것.

이는 직접적인 가격 규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소비자단체의 가격 감시 강화와 할인점 PB(자체 브랜드)상품 확대로 이어져 음식료 업종에 부정적이다. 또 무엇보다 가격 인상 자제 분위기로 인해 수익성 개선이 어렵게 된 것이다.

통신업종의 경우 대선 이전부터 구체적인 규모를 언급하며 요금인하 압박을 해 왔으며, 최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공약한 '임기 내 통신요금 20% 인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요금인하 압박은 주가에 그래로 반영돼 대선 전 414이던 통신업종 지수는 4일 333으로 20% 가량 추락했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12월 27만8000원대까지 올랐으나 4일 18만4000원으로 마감, 33%나 급락한 상태다.

유 교수는 “서민들을 위한다는 의식과 의욕에 넘쳐 시장경제 원리를 어겨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고, 현 정부에 대해 “과거 역대 정부에서 오랫동안 온존돼 온 '관치'가 몸에 배어있고 친시장은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