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신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3명을 임명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금리 정책을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성장론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과 미국의 내외 금리차 확대 등을 거론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한 반면 이성태 한은 총재는 물가 불안을 이유로 금리 동결을 고수해왔다.

◆교수 출신 약진

신임 금통위원 인선의 특징은 한마디로 '교수들의 대약진'이라고 할 수 있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는 철저히 배제됐다.

강명헌 위원(단국대 교수,재정부 장관 추천)과 김대식 위원(중앙대 교수,한은 총재 추천),최도성 위원(서울대 교수,금융위원장 추천) 등 이번에 새로 임명된 3명 모두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교수 출신이다.

추천 기관에 상관없이 교수 출신이 약진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모피아'에 대한 반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견상 한은 유리

이번 금통위원 인사는 외견상 한은쪽에 유리해 보인다.

관료 출신이 배제된 데다 한은 총재 추천으로 임명된 김 위원이 한은 조사부 출신(1979년 입행)이란 점에서다.

그는 한은 고문교수(1993~1996년)를 지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7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총재,이승일 부총재,전 한은 부총재 출신의 심훈 위원,김 위원)의 친 한은 인사를 확보해 금리 정책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도 이번 인사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한은의 한 고위 간부는 "김 위원이 이 총재의 의중이 100% 반영된 인사인지는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인사가) 괜찮게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도 "한은 입장에서 바라보고 호흡을 같이 했던 사람(김 위원)이 임명된 것은 우리로선 다행스럽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실제 정책 변화는 두고봐야

하지만 신임 금통위원들이 추천권자의 '의중'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은 한은쪽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지난 1월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한·미 간 내외 금리차 확대로 원화 절상 압력이 가중되고 내수 부진의 상황에서 수출까지 흔들리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가 불안을 이유로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한은 입장과는 정반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금통위 인사가 '표면적으론 한은의 승리지만 내실은 기획재정부가 챙겼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 위원,강 위원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이력이 있다.

하지만 강 위원은 3일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물가와 경기가 대치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물가가 중요하다"며 물가를 강조했다.

금통위원들이 임명권자나 추천권자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에 따라 금리 결정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