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팽창하는 세계 원자력발전 시장에서 도시바-웨스팅하우스(WH) 진영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세계의 원전 시장은 3대 진영이 격돌하고 있는데 일본 도시바와 미국 WH,일본 히타치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그리고 프랑스 아레바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손을 잡고 경쟁하고 있다.

WH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국내 두산중공업도 한국형 원전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도시바가 미국에서 1조4000억엔(약 14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4기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미국의 전력회사 두 곳으로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에 건설될 예정인 원전 각각 2기씩을 수주키로 사실상 결정됐다.

이들 원전에는 도시바 계열사인 WH의 신형 경수로가 채용될 전망이다.

수주액은 총 1조4000억엔으로 도시바가 2006년 WH를 매수한 이래 최대 규모다.

WH는 작년 여름에도 중국 산둥성 등으로부터 모두 4기,1조엔 규모의 원전을 수주했다.

도시바가 지난달 미국 전력회사 NRG에너지로부터 원전 2기를 수주한 것을 포함하면 도시바-WH는 지난 1년간 3조엔을 넘는 수주 실적을 올린 셈이다.

도시바-WH 연합의 원전 수주가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계가 깊다.

미국에선 1979년 스리마일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이 뜸했다.

그러나 고유가와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에너지 정책이 원전 건설 확대 쪽으로 바뀌면서 향후 20년간 약 30기의 원전 신설 계획을 세웠다.

세계적으론 앞으로 25년간 200기 이상의 원전이 건설될 전망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한국 등 기존 원전 국가 외에도 중동과 동남아 지역의 신흥국들이 잇따라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고유가 상황에서 높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앞으로 100기 이상의 원전 건설 계획을 세웠고,러시아와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25~30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 원전 건설 계획을 갖고 있는 나라는 터키 이집트 이란 등이다.

이란이 4기를 짓기로 해 가장 많고,알제리 튀니지 요르단 예멘 등도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터키는 최대 100억달러(약 10조원)를 투입해 2013년까지 총 500만㎾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원전 제로(0)' 지역이던 동남아 각국도 원전 건설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신규 건설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태국이 4기로 가장 많고,말레이시아 미얀마 등도 원자력발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원전 수주전도 치열하다.

도시바의 경우 원자력 사업에서 영업이익률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단순 계산으로 1조엔 규모 원전을 수주하면 수백억엔에서 1000억엔의 이익을 남긴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2006년 약 5000억엔을 투입해 매수한 WH의 투자금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