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값 t당 10만원이상 오른다 ‥ 포스코, 日보다 20만원 저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포스코가 열연ㆍ냉연강판ㆍ후판 등 철강제품 가격을 이달 중 일제히 t당 10만원 이상씩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조선 등 철강제품 소비량이 많은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관련 기업들은 국내외 시장 경쟁이 치열해 당분간 원가 상승분을 제품값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석만 포스코 사장은 3일 업계에서 나돌고 있는 '철강제품 값 10만원 이상 인상설'과 관련,"보통 시장의 예측이 정확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시장의 일반적인 예측을 빌려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기정 사실화한 셈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이 최고 65% 치솟아 원가 압박을 견디기 힘들게 됐다며 인상불가피론을 펴왔다.
◆줄줄이 오르는 철강제품 가격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열연강판(핫코일) 값을 t당 10만~15만원가량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월 t당 58만원으로 6만원(11.5%) 올랐던 핫코일은 이번 인상을 통해 70만원 안팎으로 20% 가까이 추가 인상되는 셈이다.
핫코일이 오르면 이를 원재료로 만들어지는 냉연강판과 조선용 후판(厚板) 값도 핫코일 인상폭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줄줄이 오르게 된다.
현재 포스코 냉연강판과 후판가격은 t당 각각 66만5000원이다.
이달 중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 80만원 안팎으로 뛰게 된다.
올 들어서만 약 30% 오르는 셈이다.
포스코가 철강값을 올리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원자재값 급등이다.
쇳물을 뽑아내는 데 들어가는 주재료는 철광석과 유연탄.포스코는 최근 메이저 광산업체인 브라질의 발레(옛 CVRD)와 올해 철광석 도입가격을 전년 대비 65% 인상키로 합의했다.
인상률이 71.5%에 달했던 2005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인상폭이다.
유연탄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철강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광산업체들이 요구하는 인상률은 10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코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바람에 최근엔 아예 협상 자체가 결렬된 상태다.
◆수요업체들,"우린 어쩌라고"
현대자동차는 냉연강판 가격이 10% 상승하면 140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차량별로는 6만~8만원 정도의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원가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힘들다.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셈이다.
조선업체들의 부담도 크다.
조선호황으로 수주는 잔뜩 받아놨지만 배를 만들 후판값이 계속 오르면 '헛장사'를 하게 된다.
그나마 대형 조선업체들은 원가연동형 계약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충격 흡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중소 조선업체들은 후판값 상승에 물량 부족까지 겹쳐 죽을 맛이다.
그렇다고 외국산 후판을 쓸 수도 없다.
후판값이 이번에 추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포스코 제품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일본산 후판은 최근 t당 850달러를 넘는 계약까지 나오는 상태다.
전자업체는 전체 재료비에서 차지하는 철판값 비중이 작아 파장이 크진 않지만 냉장고 세탁기 등 상대적으로 철판 수요가 많은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충격이 불가피하다.
◆한 차례 더 오를 가능성도
인상 시기는 총선 직후가 유력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 값 급등으로 철강제품 가격 인상이 시급하지만 선거 이전에 인상발표를 하기엔 여러모로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총선이 끝난 뒤 곧바로 인상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4월 인상 이후 한 차례 더 철강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윤석만 사장이 무연탄 가격협상에 관계없이 철강값을 올리겠다고 말한 것은 곧 협상이 타결돼 인상률이 결정되면 한 차례 더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