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정부는 얼마 전 연 13.75%인 기준금리를 1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발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2.25%로 낮춘 지 불과 일주일 뒤의 일이다.

많은 나라들이 금리인하를 고려 중인 와중에 왜 아이슬란드는 가뜩이나 높은 금리를 또 올렸을까.

이는 올 들어서만 20% 넘게 떨어진 아이슬란드 크로나화의 급락세를 막기 위해서다.

크로나화는 고금리를 노리고 들어왔던 캐리트레이드(저금리국 통화를 빌려 고금리국에 투자하는 행위) 자금이 갑자기 빠져 나가면서 최근 급락 중이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캐리트레이드 자금은 국제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자 위험 회피 차원에서 급속히 회수되고 있다.

주요 회수 대상국은 경상적자 규모가 크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나라들이다.

아이슬란드의 경상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16%에 달한다.

지난 2월 중 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6.8% 올라 중앙은행의 목표치(2.5%)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경제는 제자리 걸음을 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자 혹시라도 모를 국가디폴트 등에 대비해 외자가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아이슬란드뿐이 아니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화국 터키 등 금리는 높지만 경상적자가 심각한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나라 통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올 들어 예외 없이 약세다.

한국은 어떤가.

경상수지는 3개월 연속 적자 행진 중이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6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3%를 넘어섰다.

원화가치는 최근 반등하고는 있지만 올 들어 지속적 약세를 보여왔다.

'경상적자 인플레 통화약세' 등이 모두 아이슬란드와 닮아 있다.

경상적자국으로부터의 자금 회수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아시아 주요 신흥국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외국인 자금이탈이 가장 큰 국가라는 금융연구원의 분석도 이를 잘 뒷받침해준다.

경상적자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다시 원화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현 외환보유액이 2600억달러 내외지만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만도 20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이머징 마켓 중 경상적자 문제가 부각된 국가의 통화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국내외 금융 및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끝나가느니,주가가 바닥을 쳤느니 하는 섣부른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정작 시장 혼란의 진앙지였던 미국에서는 FRB 의장이 상황이 심각하다며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뜻으로 한국과 같은 '경상적자국' 통화는 또 다시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제2의 환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경제가 커다란 충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성장과 물가,그리고 금리 논쟁도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경상적자 관리에 두어져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