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장인들이 퇴근 후 부담없이 자주 가는 선술집이 '이자카야(居酒屋)'다.

'술이 있는 집'이란 뜻의 이곳에서는 직장동료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의 일과를 정리한다.

자리에 앉지 않고 선채로 술 한잔과 안주 몇 점을 즐기는 '다찌노미'는 전형적인 직장인의 음주문화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 직장인들은 술자리가 잦은 편이다.

부원이나 과원 또는 동기들끼리 어울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들 특유의 집단의식이 드러나는 술자리에서는 상하 구분없이 허심탄회한 얘기들이 오가는데,퇴근 후 이런 술자리를 통해 인간관계를 다지고 미진했던 회사업무를 처리하기 일쑤다.

술자리를 업무의 연장으로 여기며 아울러 회사의 생산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직장인들의 이런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개인생활을 중요시하는 젊은이들이 곧장 가정으로 달려가는 탓이다.

당장 회사내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하자,한 부동산업체가 후배 직원들과 '술자리를 마련하라'며 간부들에게 매달 10만~30만엔의 수당을 지급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술 수당인 셈이다.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이를 두고 '노뮤니케이션'이라 이름 붙였다.

'술을 마신다'는 일본어 '노무'와 영어 '커뮤니케이션'의 합성어다.

과음만 하지 않는다면 술이 갖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일에 대한 해방감은 물론이고 하루의 피로를 푸는데도 그만이다.

대화중에 얻게 되는 정보는 곧잘 실생활에 보탬이 되는가 하면,무미건조한 생활의 기분을 전환시키는 청량제 노릇도 한다.

이왕 어울려 술을 마신다면 흥취가 있는 장소면 더욱 좋을 게다.

중국의 임어당(林語堂)은 이렇게 제안한다.

"봄철에는 집 뜰에서 마시고,여름철에는 교외에서,가을철에는 배 위에서,겨울철에는 집안에서 마실 것이며,밤 술은 달을 벗삼아 마셔야 한다"고.

도회지 생활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곳에서의 노뮤니케이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