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넘쳐나는 오일머니 덕분에 이슬람 금융이 호황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신용경색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중동 금융회사들로는 자금이 꾸준히 밀려들어오고 있다.

석유를 팔아 큰 이익을 남긴 중동 기업과 이로 인해 부유해진 거부들의 돈이다.

이슬람계 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의 메카인 스위스로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중동 지역 투자펀드들은 해외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슬람금융 유럽공략 '파죽지세'
◆PB 메카 스위스 진출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쿠웨이트국립은행(NBK)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은행과 컨소시엄 형태로 스위스에 이슬람 PB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 부자들을 상대로 하는 PB의 중심지 스위스에 이슬람계 은행이 처음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중동의 3대 은행인 NBK는 이미 은행 설립을 위한 승인서를 스위스 감독당국에 제출했다.

스위스에 설립되는 은행은 중동 지역 초부유층이 영업대상이다.

이브라힘 다브도브 NBK 총재는 "스위스는 여전히 해외에 자금을 예치해두려는 사람들에게 천국"이라며 "이슬람 부유층들의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NBK의 스위스 진출에서 볼 수 있듯이 이슬람 금융은 최근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이자 수수를 금지하고 있으며 도박 마약 술 등과 관련된 산업에는 투자할 수 없다.

그러나 순익 분배는 가능해 가장 대표적 이슬람 금융상품인 이슬람 채권(수쿠크)의 경우 투자수익금을 배당금 형태로 나눠준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본격화된 작년 여름 이후 이슬람 은행의 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현재 약 5000억달러에 이른다.

투자펀드까지 포함할 경우 8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슬람 금융 '붐'은 고유가를 배경으로 급팽창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의 경제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의 2007년 국내총생산(GDP)은 2002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에서 현재 100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007 본드카'에도 오일머니

이슬람 금융의 호황은 중동 밖에서 자금을 굴리고 싶어하는 걸프만 지역 투자자들과 중동 자금에 의존해 사업 확장을 꾀하려는 서구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서구 국가들 중에선 영국이 적극적이다.

영국은 일찌감치 이슬람 금융 유치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들을 갖췄다.

카타르 정부 산하 부동산투자회사인 카타리 디아르는 최근 런던 최대 주택단지 개발사업에 13억파운드(약 26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영화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즐겨 타던 럭셔리 카 '애스턴 마틴'도 작년에 포드그룹에서 쿠웨이트 투자자 그룹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 넘어갔다.

FT는 '애스턴 마틴' 매각은 중동 자본이 서구의 '주류 비즈니스' 영역에 얼마나 깊숙이 진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9·11 사태 등으로 이슬람 자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이라 상대적으로 이슬람 금융 유치가 부진한 편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