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오물'로 취급됐던 태반이 어엿한 '의약품'으로 변신한 건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 소개된 시점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출산 부산물'이란 거부감 탓에 철저히 외면받았다.

그러던 태반은 2000년대 들어 간 기능 및 갱년기 장애 개선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태반 의약품은 보약과 비슷하다'는 인식이 때마침 떠오른 웰빙 트렌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허술한 태반 관리와 효능에 대한 과장광고 탓에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지만,태반 관련 의약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태반이 피부 미백과 통증 완화 등에도 일부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시장규모는 한층 커지고 있다.

태반 의약품 어떤 효능 있나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인정받은 태반 의약품의 효능은 2개로 요약된다.

간 기능 및 갱년기 장애 개선이 바로 그것이다.

태반에 포함된 아미노산과 핵산 등 영양공급원이 간 기능을 개선시켜주고,갱년기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 태반 의약품을 경험해본 사람 중 상당수는 상당한 피로 회복 효과를 거뒀다고 증언하고 있다.

태반 의약품은 피부 미백,통증 완화,노화 방지 등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선애 라프레시아의원 원장(전 대한태반임상연구학회 회장)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태반이 피부 미백과 통증 완화에 일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태반에 함유된 성장인자(Growth Factor) 덕분에 화상환자가 태반주사를 맞으면 상처가 보다 빨리,깨끗하게 아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직 태반 의약품의 효능에 대한 의학적 근거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황원중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태반의약품은 경험적으로 항노화나 갱년기증후군에 다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며 "태반 의약품은 보조적인 치료제일 뿐 일각에서 생각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반 의약품은 건강 보조제일 뿐 치료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성장하는 태반 의약품 시장

작년 말 국내 태반 관련 의약품 시장규모는 약 400억원.태반 의약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태반 관련 의약품은 크게 주사제 형태와 드링크제 형태로 크게 나뉜다.

태반 주사제는 해당 부위에 직접 약물을 주입해 반응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병원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과 비싼 가격(1회 10만원 안팎)이 단점으로 손꼽힌다.

태반 주사제 시장의 선두 주자는 녹십자.이 회사는 일본 최대 태반주사제 생산업체인 재팬바이오팜과 손잡고 2005년부터 충북 음성공장에서 '라이넥'을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 만드는 것과 똑같은 제조과정을 거치는 만큼 원재료인 태반의 감염 위험을 철저히 차단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양약품 광동제약 등은 드링크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양약품의 '프로엑스피' 제품은 지난해 45억원어치나 팔렸고,광동제약의 '파워라센'은 18억원가량 판매됐다.

올 들어선 HS바이오팜(옛 경남제약)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마이팜제약은 알약 형태의 태반영양제인 '이라쎈'을 지난 2월 말 재출시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때 '돼지 태반'을 이용한 태반 건강식품이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사람 태반'으로 만든 의약품이 주력이 된 상태"라며 "태반의 효능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도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