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전국 도로의 아스팔트 포장 공사가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아스팔트와 자갈,모래를 섞은 도로 포장재를 한국도로공사 지방자치단체 등에 납품하는 아스콘 제조업체들이 조달청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내달 1일부터 납품과 생산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물업체들도 다음 달부터 대기업 등과 가격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또다시 납품 중단을 강행할 태세여서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타격을 입고 있는 중소업체들의 집단행동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30일 "지난 28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수도권 소재 57개사를 포함한 전국의 419개 아스콘 회사 전체가 4월1일부터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스콘조합은 다음 달 3일에는 납품단가 인상에 소극적인 조달청에 항의하기 위해 정부 대전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덕현 아스콘조합 전무는 "국제 유가 급등에 따라 그동안 수차례 납품가 인상을 요구해 왔으나 조달청은 정부 계약기준에 벗어난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원가 이하의 출혈 납품으로 인한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또 "다음 달부터 신규 납품 물량은 물론 발주기관으로부터 이미 납품 요구를 받아 놓은 미납 물량까지 반납할 작정"이라며 "정부 발주공사뿐 아니라 민간 업체 공사 물량도 공급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번 파동이 장기화될 경우 마무리 단계에 이른 주요 도로 개통 시기가 줄줄이 늦춰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판교신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국지도 23호선 및 57호선의 경우 다음 달 공사 완공을 앞두고 있으나 개통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와의 회동 이후 '선 납품.후 협상'하기로 한발 물러섰던 주물업체들도 대기업 및 1차 협력업체들과의 납품단가 협상에 실패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다시 납품.생산 중단에 나설 방침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