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허바드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51)은 28일 "미국이 경기침체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높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 효력이 발휘될 올 하반기께부터는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 대해 조심스런 낙관론을 폈다.

그는 또 중국 경제와 관련해선 "금융시장 건전성이 떨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올 가을 홍콩에서 열리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아시아 총동문회의 일정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그는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국 경제는 이명박 정부의 목표인 연간 7% 성장에는 못 미치지만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새 정부의 친기업적 정책 방향은 옳다고 본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섰는지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며 "다만 산업생산과 고용률이 떨어지면서 올해 미 실질 성장률은 1.0~1.5%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신용경색은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것이고 유가 역시 세계적인 성장률 둔화로 고공행진을 멈출 것"이라며 "FRB의 유동성 공급 조치가 효력을 발휘하는 올 하반기나 내년 초부터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허바드 원장은 "FRB는 마법손은 아니다"라면서도 FRB의 적극적인 위기 대처능력에 신뢰감을 표시했다. 다만 FRB의 단기 금리 인하 정책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의 위험 없이 금리를 계속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표적인 감세주의자인 그는 "통화정책 외에도 감세 정책이 시장 회복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선주자인 매케인이 내세우고 있는 세제 개혁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바드 원장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4.0~4.5%로 추정했다.

특히 미국 경기가 둔화할 경우 성장률은 최대 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생산성 향상과 세제 개혁,규제 완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어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은 더 좋아질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노동 환경 개혁과 금융시장 개혁을 꼽았다.

이 밖에 중국 금융시장의 건전성이 떨어져 있으며 국가 주도의 신용 상승은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탈동조화(디커플링)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든다면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며 반박했다.

허바드 원장은 2005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30명'에 그린스펀 전FRB 의장,워런 버핏 등과 함께 포함됐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지도교수였다.

재무부 부차관보,2001~2003년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에 이어 2004년부터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글=김유미/사진=양윤모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