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주의 선봉장 '윈저우'의 위기
중국 자본주의화의 대명사격인 원저우(溫州)가 위기에 봉착했다.

위안화 가치가 치솟고 인건비와 토지 그리고 원자재값이 고공 비행하면서 올 들어 원저우는'라오반(老板ㆍ사장)의 도시'가 아닌 '도산의 도시'로 변했다.

경공업 중심의 산업을 첨단산업으로 재빨리 구조조정하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다.원저우의 몰락은 중국의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중국 동부 저장성에 위치한 원저우는 중국식 자본주의와 상인정신을 상징하는 곳이다.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원저우 사람들은 태어나 농기구 대신 주판 다루는 법을 먼저 배운다.

단 1펑(0.01위안ㆍ1원40전)의 이익에도 목숨을 거는 게 이들이다.

이처럼 태생적으로 상인의 피를 지닌 원저우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중국의 개혁ㆍ개방정책이다.

정타이그룹 아오캉그룹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탄생시키고 중국 내 안경 수요의 60%,물감의 90%를 공급하는 민영기업의 기지가 됐다.
中자본주의 선봉장 '윈저우'의 위기

특히 상하이 등이 외국 자본의 도움을 받은 것과 달리 원저우 상인들은 소액으로 창업해 스스로 길을 개척,어떤 난관도 뚫고 성공한다는 '원저우 신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금 그 신화는 무너지고 있다.

전 세계 시장의 90%를 석권한 라이터 공장 중 현재 가동되고 있는 곳은 몇 십 개에 불과하다.

350여개가 올 들어 폐업했고,500여개는 간판만 달려 있을 뿐 정상 조업을 못하고 있다.

미싱이 씽씽 돌아가던 섬유와 신발 공장엔 먼지만 날리고,공장을 임대하거나 매각한다는 광고판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당 14위안 하던 공장 임대료는 올해 8위안으로 추락했지만 이나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30만개를 웃도는 원저우의 중소기업 중 20% 정도가 올 들어 도산했다"고 저우더원 원저우 중소기업촉진회장은 말했다.

올해만 6만~7만개의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원저우의 위기는 중국식 발전의 한계를 보여준다.

저가를 무기로 한 비즈니스 모델은 원저우 상인들에게도 용도폐기 대상이 되고 있다.

저우 회장은 "2년 전에 1만위안을 주고 살 수 있던 구리를 지금은 6만~7만위안을 줘야 하고,아연은 8000위안 하던 게 4만위안으로 뛰었는데 어떻게 견디겠느냐"고 반문했다.
中자본주의 선봉장 '윈저우'의 위기

원저우 지역의 근로자 임금은 평균 월 1600위안이지만 고물가 때문에 노동자들은 떠나가고 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안화 가치가 뛰면서 고통은 배가되고 있다.

이익을 거의 낼 수 없을 정도로 위안화 가치가 올랐는데 경기침체로 미국으로의 라이터 수출은 올 들어 3분의 1로 급감했다.

물론 작은 희망도 보인다.

기술개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해발 2500m 이상의 고원국가인 멕시코 콜롬비아 등 산소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잘 켜지도록 한 고원용 라이터가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수십 만 개의 원저우 기업들이 도산의 위기로 몰리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변화가 너무 늦었다"(위원핑 원저우전선 대표)는 평가다.

모든 사람들이 사장을 꿈꾸고,성공한 사장들끼리 강력한 상단(商團)을 만들어 국내외 부동산과 광산 가격을 들었다놨다 할 정도의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 원저우 상인.고생을 견디어낸 츠쿠(吃苦)정신으로 중국식 자본주의 발전의 모범을 보였던 원저우 상인들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눈앞에 닥친 고난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