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뙤약볕 아래 시골 마을을 지나던 도시 청년이 어느 집 마당의 지하수 펌프를 발견하고 등물 좀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휑하니 들어가버렸다.

'거 참 쌀쌀맞네.'그는 우물가로 달려가 펌프질을 했다.

그러나 물은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주인이 물을 한 바가지 들고 나와 펌프속에 붓고 펌프질을 하자 그제야 지하수가 콸콸 쏟아져나왔다.

#2.아름다운 삼나무숲에 심술쟁이 바람이 찾아와 시비를 걸었다.

"너희들이 아무리 좋은 향기를 뿜어봤자 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야.""허허,하지만 우리가 향기를 내지 않으면 네가 무슨 소용 있겠어?" 바람은 화가 나 세찬 바람들을 불러모아 폭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삼나무숲의 한 그루도 쓰러뜨릴 수 없었다.

삼나무 뿌리들이 땅속에서 서로 엮여 거대한 뿌리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식생태학자인 유영만 한양대 교수(사진)의 '학습파워'(위즈덤하우스)는 이처럼 상징과 우화를 겹쳐가며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첫 장면의 '마중물 학습'에서는 작은 도움닫기가 모든 학습욕구의 촉발제라는 걸 일깨워준다.

그는 '배가 고파본 적은 있어도 머리가 고파본 적은 없을 것'이라며 '머릿속의 균형이 조금씩 깨질 때 창조적 혼돈이 일어나고,거기에서 혼돈을 질서로 바꾸려는 정보습득의 여정이 비로소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삼나무의 뿌리'에서는 '지식의 근원을 찾아나서는 지적 모험이야말로 지식의 튼실함을 가꾸는 노력의 출발점이자 미래 지식을 향한 방향타'라는 것을 깨우쳐준다.

저자는 플로리다 주립대 박사를 거쳐 삼성경제연구소 인력개발원에서 변화ㆍ성장 프로그램을 실행한 경험까지 녹여내며 "고답적인 책상지식이 아니라 생생한 경험지식을 익히라"고 강조한다.

'학습'은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역동적 활동이라는 것.그래서 '주식보다 지식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새로운 가치학습법의 원리도 재미있다.

여우가 작은 돌멩이를 걷어차 포도를 떨어뜨리는 얘기를 통해 "상상력은 '생각의 비빔밥'에서 나온다"는 것과 '이류 학습자는 팀 학습이 잘 안 될 때 창밖의 팀원들을 바라보며 불평하지만 일류 학습자는 거울을 보면서 문제의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는다'는 노하우까지 알려준다.

마지막에 나오는 '도로와 길의 차이' 또한 의미심장하다.

'도로는 빨리 목적지에 가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길은 천천히 가더라도 원하는 곳을 찾아가는 데 목표를 둔다.

나는 지금 남이 닦아 놓은 도로를 빨리 쫓아가는 데 급급해하는가,아니면 위험은 높지만 나만의 길을 찾고 있는가.

싱싱한 먹잇감은 다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나는 그 길을 찾기 위해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가?'

176쪽,1만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