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더이상 한나라 의원 아닌 것 같다"
24일 정오께 동대구역.수백명의 인파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탄 KTX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서 있었지만 한나라당의 하늘색 점퍼를 입은 사람과 입지 않은 사람,두 부류로 뚜렷이 갈렸다.

점퍼를 입지 않은 사람들은 박 전 대표가 열차에서 내리자 "박근혜"를 연호하며 그를 둘러쌌다.

반면 점퍼를 입은 사람들은 선로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 도착 장면을 어깨너머로 지켜봐야 했다.

18대 총선 공천 결과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홍과 텃밭인 대구의 복잡한 민심이 그대로 담겨 있는 장면이었다.

하늘색 점퍼를 입은 사람들은 이명규,주호영 등 이 지역에서 공천을 받은 친이측 의원들.점퍼 대신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이해봉,박종근,송영선,이인기,김태환 의원 등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과 지지자들이었다.

박 전 대표는 열차에서 내려 친박계 의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공천의 주인공이었던 한나라당 후보들과 당직자들은 이날 철저한 조연이었다.

한 후보는 "박 전 대표가 더 이상 한나라당 의원이 아닌 것 같다"며 서운해했다.

이날 동대구역의 모습이 나타내듯 한나라당은 당분간 '박근혜발 공천 내홍'에서 헤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대구 도착 후 달성 선거사무소에서 "(23일 강재섭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내가 어제 이야기한 것과 사실상 관계가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강 대표의 불출마 카드를 갈등 수습을 위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어 당내에서 거론되는 이상득 부의장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 동반사퇴론에 대해서도 "그분들이 알아서 하실 문제"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