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에 신음하는 EU경제‥수출 채산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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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항공기 엔진 업체 영국 롤스로이스의 지난해 순이익은 30% 이상 줄었다.
세계적인 명품 업체 루이비통은 최근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 매장에서 판매되는 의류와 핸드백 가격을 5% 인상했다.
유럽 1위 항공기 업체인 에어버스는 경쟁력 유지를 위해 생산거점을 경쟁사 보잉이 있는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프랑스 정부를 속태우고 있다.
'강한 유로'(약 달러)로 신음하고 있는 유럽연합(EU) 경제의 단면이다.
1999년 유로화 도입 당시 1.18달러로 시작한 유로ㆍ달러 환율은 현재 유로당 1.54달러를 웃돌고 있다.
이 같은 유로화 강세(달러 약세)는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과 실적을 악화시켜 유럽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EU 통계청은 24일 지난해 유럽의 대미 수출이 1941억유로(약 307조원)로 전년보다 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대미 수출이 줄어들기는 2003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유로 강세로 유럽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올해는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며 유럽의 수출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에어버스의 토마스 엔더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로화 가치 상승에 숨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유럽 기업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생산거점을 이동하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는 최근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 공장 문을 닫은 지 13년 만에 다시 미국으로 'U턴'하는 셈이다.
독일 폭스바겐도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목 좋은 곳을 물색하고 있다.
에어버스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다소항공의 샤를 에델스텐 대표는 "유럽에서 생산활동을 계속한다면 환율 차이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장을 달러를 쓰는 미국이나 인건비 등이 싼 아시아 저비용 국가로 옮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수출기업 실적 악화에다 탈 유럽 러시까지 겹치면서 고용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이 인력 감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 업체 BMW는 최근 직원 5600명을 감원키로 발표하면서 "유로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극한 처방을 낼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지역) 13개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유로존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예상치인 2.0%에서 1.7%로 낮춰 잡았다.
내년 전망치도 2.1%에서 1.8%로 낮췄다.
급기야 EU 회원국들은 "유로화 강세가 우려스럽다"며 공동 보조를 취할 자세다.
EU 재무장관들은 지난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월례 회의에서 '강 유로'에 대한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