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탔는데 카드는 안되고 현금도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기자) "택시 카드단말기 고장으로 카드 결제가 안되면 승객은 그냥 내리시면 됩니다.

요금은 카드단말기회사가 부담하게 돼 있어요."(서울시 관계자) "단말기가 고장 여부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나요."(기자) "무선으로 가능합니다."(서울시 관계자)

최근 기자가 카드택시의 문제점을 취재하면서 서울시 담당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단말기 고장으로 카드를 쓸 수 없으면 카드단말기회사가 요금을 대신 부담한다'는 게 설명의 요지였다.

하지만 택시에 카드 단말기를 공급하는 스마트카드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단말기 고장이 누구 책임인지 명확지 않는 한 요금을 대신 내주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다시 시 관계자의 의견을 물었다.

그는 대뜸 "그렇게 말한 사람을 대라"고 언성을 높였다.

"인사조치를 시키겠다"는 말까지 들먹였다.

서울시 공무원이 무슨 수로 민간회사 직원을 인사조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워낙 강경한 태도에 기자는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태도는 지난 20일 '있으나마나 한 택시카드'라는 제목의 기사가 본지 인터넷판에 보도되면서 바뀌었다.

이 관계자는 "택시기사가 단말기 고장을 신고한 후 고쳐지지 않은 동안에 한해 요금을 안 내도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30분 뒤 또 바뀌었다.

그 정책이 시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제서야 "약관만 고치면 시행할 수 있다"고 한발뺐다.

'단말기가 고장나면 승객이 그냥 내려도 된다'는 얘기는 사실무근이었던 셈이다.

그의 무책임한 발언은 이뿐이 아니다.

"카드 결제가 택시의 수입을 올려 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던 그는 카드결제 도입으로 택시업계 어려움이 해소되겠느냐는 질문에 "택시는 원래 후진국에서 더 잘 된다"며 둘러댔다.

서울시 관계자가 사실상 택시산업 살리기를 포기한 듯한 발언을 한 셈이다.

서울시 담당자의 오락가락하는 태도에 골탕먹는 건 시민들뿐이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했다는 카드택시가 오히려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