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앙은행들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보조를 맞춰 돈줄을 풀고 나섰다.

최근 유럽 시장을 떨게 만든 '대형 금융사 파산설'을 진화하기 위한 응급 처방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25일까지 총 150억유로(232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키로 했다.

영국중앙은행(BOE)도 단기 자금 시장에 50억파운드(99억달러) 상당의 자금을 푼다.

BOE는 다음 달까지 매주 단기 자금 시장에 유동성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머빈 킹 BOE 총재는 "총 1950억달러에 이르는 금융권 손실로 전 세계 금융사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다"며 "자금 시장이 극도로 위축돼 있어 이 같은 조치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 시장 관계자들은 ECB와 BOE가 은행들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시장이 예상치 않은 일이라면서 미국 베어스턴스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그만큼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19일 런던 금융 시장에선 영국 최대 모기지 대출업체인 HBOS가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20분 만에 HBOS의 주가가 17% 이상 급락하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BOE는 이와 관련,19일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로이드 바클레이즈 HBOS 등 영국 5대 은행과 긴급 은행장 회동을 갖기도 했다.

BOE 측은 회동이 '통상적'이라고 밝혔으나 금융 시장 관계자들은 베어스턴스 사태의 여파와 대응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긴급하게 마련된 자리였다고 전했다.

회동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BOE 측에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ECB와 BOE의 유동성 공급이 금융위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모건스탠리의 라우렌스 무크틴 유럽 금리전략 분야 대표는 "중앙은행의 역할은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