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장뇌삼,와인,한우,원목,중고 비행기,재고 의류….'

원자재값이 급등하자 자산운용사들이 실물 또는 이들 상품을 취급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틈새펀드'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소수 투자자로 구성된 사모 형태의 소규모 펀드지만 연 13%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제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2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최근 SK증권과 함께 '고춧가루펀드'를 선보였다.

청양고추 등 국내 고추를 모아 고춧가루를 만드는 부산 소재 제조업체에 4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 수익금을 나눠 갖는 구조다.

기관과 개인들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SK증권 관계자는 "고춧가루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펀드를 조성했다"며 "투자 기간은 2년이며 연 13%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애셋자산운용이 이달 초 메리츠증권과 손잡고 140억원 규모로 만든 '마이사모심마니장뇌삼'은 장뇌삼을 재배하는 농가에 투자하는 펀드다.

경기 포천의 장뇌삼 재배 농가에 3년간 자금을 지원한다.

운용사 측은 연 13%대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산 와인에 투자하는 펀드도 나왔다.

한국투신운용이 지난 2월 말 만든 '한국사모보르도파인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5∼20년산 1등급 이상 와인에 투자한다.

포도 품질이 뛰어난 해에 나온 와인을 사들였다가 3년 후부터 순차적으로 시장에 내다팔아 배당금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목표 수익률은 연 13.1%에 달한다.

이 펀드는 판매 당시 7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리는 등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흥국투신운용이 지난달 선보인 '흥국아울렛사모'는 재고 의류에 투자하는 펀드다.

철이 지난 이월상품을 전문적으로 매입해 판매하는 의류 유통업체에 자금을 지원해 수익을 올리는 형태다.

사모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SK증권은 투자 기간은 1년6개월로 연 11%대의 수익률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석탄 광산에 투자하는 한투운용의 '한국사모사할린석탄',중고 여객기 구매사업자에 투자해 운항수입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마이애셋운용의 '마이애셋사모항공기',한우 사육 농가에 자금을 대고 수익을 올리는 '대신사모경기한우' 등도 실물에 투자하는 틈새펀드다.

이와 함께 일부 증권사는 자기자본을 활용해 실물에 투자하기도 한다.

NH투자증권은 원목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말레이시아 방기섬에 300억원을 들여 임야를 사놓았다.

60억원은 NH투자증권이 직접 투자했고 나머지는 컨소시엄을 통해 자금을 모았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주로 부동산에 국한됐던 실물 투자펀드의 대상이 최근 농산물과 원자재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긴 했지만 증시 조정 국면을 틈타 실물펀드들이 일부 기관 사이에 주식형펀드의 대안 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