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우 대표이사의 카리스마 원천은 무엇일까요?" "음…,반짝이는 대머리가 아닐까요?"

풀무원 직원들 간에 오간 농담을 보여주는 동영상에 주주들은 연신 웃음보를 터뜨렸다.

직원 야유회나 오리엔테이션이 아니라 주주총회 풍경이다.

20일 서울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린 풀무원 정기 주총은 고성이 오가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여느 주총과 다른 모습이었다.


방송인 김범수씨의 진행으로 열린 주주들과 남 대표 간 토론회에선 사적인 질문부터 기업의 향후 전략까지 다양한 문답이 격의없이 이뤄졌다.

남 대표에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할 것인가?''자신은 가정에서 몇 점짜리 아버지인가?' 등 생뚱맞은 질문들도 나와 총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가정에서 몇 점짜리 가장인가?'라는 질문에 남 대표는 "낙제점은 면한 것 같다"고 답했다.

'머리는 언제부터 밀었느냐'는 질문에는 "40대에 거의 다 빠져 스프레이로 고정하다가 귀찮아서 다 밀어버렸다"고 소개했다.

남 대표는 총회에서 "투명경영이란 기업 이념에 맞게 주주들과 전략 및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IFRS(국제회계 기준)에 의한 연결재무제표를 법적 시한(2011년)보다 앞서 2009년부터 도입할 것"이라며 "현행 재무제표는 6개 자회사 매출 실적을 뺀 채 지주회사의 매출만 제시하고 있어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총회에 상정된 대차대조표 승인 건과 이사 및 감사선임,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등은 순조롭게 의결됐다.

총회가 끝난 후 주주들은 야외 연회장에서 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의 현악 4중주 음악을 들으며 풀무원 신제품을 포함한 뷔페식 점심을 먹었다.

풀무원의 사외이사이자 열린 주총을 제안한 박원순 변호사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투명성이고 이번 총회는 회사가 당당하게 주주와 소비자 앞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신제품도 맛보고 대표이사의 비전도 들어보는 등 기존의 망치만 두드리는 주총문화를 바꿔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