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키치(kitsch)' 기법을 도입한 광고들이다.

문화.예술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치는 '통속적이고 천박한 작품'을 뜻한다.

자못 근엄하고 딱딱한 상류문화와 대조되는 개념으로,대중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주제나 소재 속에 들어 있는 예술성을 발견해 재조명하는 것을 일컫는다.

삼성전자의 노트북 '잇센스' 광고(사진)가 대표적이다.

수시로 바뀌는 배경에 일정한 음악이 자동 연주되는 완구인 오르골 인형 연기를 하는 임수정의 실사가 어우러져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난감 기차와 대관람차,갑자기 솟아오르는 나무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스피커 등은 1970∼80년대 풍경을 키치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소비자들의 동심을 자극한다는 평가다.

한 네티즌은 CF 포털사이트에서 "임수정의 매력과 배경으로 사용된 장면들이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초부터 선보이는 IBK 기업은행의 새 광고는 전통적인 은행 광고틀을 완전히 깨버렸다.

발랄하다 못해 산만한 애니메이션과 CM송이 광고에 주목하게 만든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기업은행의 상품 및 서비스명을 삽입,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해준다.

중소기업을 주고객으로 하는 은행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개인 고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학습지 라이벌인 웅진씽크빅과 구몬학습도 키치 기법을 도입한 광고로 관심을 끌고 있다.

웅진은 모델 대신 컴퓨터 그래픽(CG)으로 형상화된 에디슨 세종대왕 뉴턴 등이 등장하며,구몬학습에선 TV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이 코믹한 연기,현란한 그래픽과 모델의 합성 등을 통해 쉽게 소비자에게 다가선다.

꽃잎이 흩날리고 구름이 떠도는 장면을 뒤로 한 채 권상우와 하지원이 밴드 흉내를 내는 뱅뱅,나무에 햄버거가 주렁주렁 열리는 모습을 담은 롯데리아도 키치 광고의 단면을 보여준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다소 촌스러워 보이지만 소비자들과의 거리감을 줄여 주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높은 게 키치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