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는 물론 정부 중앙부처,공기업,금융회사에서 '얼리 버드(early bird)' 바람이 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새벽에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많이 먹는다는 뜻을 지닌 얼리 버드의 전형이다.

이 대통령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출근시간을 사실상 2시간 이상 앞당긴 곳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처럼 하루에 4시간만 자고 새벽 일찍부터 운동한 뒤 저녁까지 업무를 챙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기 출근으로 인한 만성피로와 업무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는 '얼리버드증후군'이 고위 공무원과 기업체 간부들 사이에서 차츰 나타나고 있다.

얼리버드증후군이란 이른 기상으로 수면시간 부족이 누적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불편한 증상들을 말한다.

눈이 충혈되고 팔다리가 뻐근하며 온종일 피로감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정서 불안,공격성 증가,짜증,신경쇠약,우울증,불면증,환각,망상 등이 나타난다.

더 장기화되면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장병 결장암 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은 7∼8시간이다.

물론 하루에 4시간만 자도 잠이 충분한 사람이 있고 하루 9시간 이상 취침해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수면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최소 7시간 이상 자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수면은 △근골격계 심장 위장관 등이 쉬면서 육체피로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얕은 수면 △뇌에서 서파가 나와 뇌가 충분히 쉬는 깊은 수면 △꿈을 꾸면서 낮에 받은 스트레스를 정화하고 감정조절과 학습기능을 재정비하는 렘(REM) 수면 등 3단계로 나눠진다.

하루밤 사이에 이들 세 가지 수면이 한 사이클을 이뤄 약 90분 간격으로 4∼5회 반복된다.

짧은 시간을 자더라도 깊은 수면과 REM 수면이 가능하다면 주간에 활동하는 데 큰 지장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

얼리버드가 되려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에 익숙한 '저녁형 인간'을 '아침형 인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천성적으로 새벽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밴 극단적인 아침형 인간(전진성 수면위상증후군)은 전 인구의 1%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지각이 잦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저녁형 인간(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은 6% 안팎이다.

심각한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보통사람은 몇 개월 또는 몇 주 단위로 종전보다 30분씩 일찍 일어나 총 2시간가량 기상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1주일마다 기상시간을 10∼20분씩 서서히 앞당기는 방법도 있다.

문제가 심각한 저녁형 인간이라면 기상 직후 강한 빛을 쬐는 광(光)치료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자신의 심신피로 회복에 필요한 적정 수면시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30분 이상 단축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침형 인간일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통념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자신이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자책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직업 및 사회적 성취도,사회경제적 지위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측면에서 타고난 아침형 인간은 하루 5∼6시간만 자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보통 사람에겐 수면시간의 단축과 이른 기상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04년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5시간과 6시간인 사람은 7∼9시간인 사람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각각 50%와 23% 높았다.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더 먹게 되고,스트레스호르몬이 분비돼 지방 축적을 초래하며,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 농도는 낮아지는 반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일본 교토 의과대학이 301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오전 5시 이전에 일어나는 사람은 2∼3시간 후에 기상하는 사람보다 고혈압 위험은 1.7배,동맥경화 위험은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에는 체온이 떨어지고 혈관이 경직된 상태이기 때문에 너무 이른 기상은 순환기에 좋지 않다는 뜻이다.

점진적으로 기상시간을 앞당기면 좀더 일찍부터 일할 수 있어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체질과 유전적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아울러 늦은 퇴근,야식,도시의 밝은 야간조명 등 갈수록 취침시간을 늦게 만드는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누구나 '새벽형 인간'이 되길 독려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박두흠 건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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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이 되는 생활습관


1. 기상시간을 한꺼번에 2시간 이상 앞당기지 않는다

2. 수면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난다

3.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을 30분씩 당긴다

4. 기상 후 산책,요가,체조,명상,독서,하루 일정 설계 등을 한다

5. 흐린 아침엔 5000∼1만룩스의 조명을 밝힌다(형광등은 1000룩스)

6. 오후 7시 이후엔 체온을 높이는 격렬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

7. 취침 2시간 전에 반신욕이나 족욕을 한다

8. 배가 너무 고프지도 부르지도 않게 잠든다

9. 오후 4시 이전에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수면리듬 유지에 좋다

10. 저녁엔 숙면을 유도하는 상추 멜라토닌 등을 먹는다

11. 음주 등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저녁시간을 줄인다

12. 피곤하면 오후 3시 이전,20분 이내의 낮잠을 잔다

13. 월요병을 예방한다.

주말에 장시간 낮잠을 자지 않는다

14. 가족이 함께 '아침형 인간'되기에 동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