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옥 < 프랑스 소르본1 대학 석사과정 >

변덕스럽기만 한 파리의 늦겨울 날씨와는 달리 유난히 맑고 화창한 날이 많은 올해다.

그런 날이면 무작정 밖으로 발걸음을 돌려 센 강변을 거닐곤 한다.

얼마 전엔 이곳에서 6년 넘게 미술 유학하는 동안 내 집처럼 돼버린 루브르박물관을 들렀다.

루브르에 도착해 입구로 들어가는데 반가운 국적 항공사 로고가 전시장 입구에 보였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가까이 가봤더니 대한항공에서 루브르박물관의 멀티미디어 가이드를 후원했다고 한다.

이번에 루브르에서는 기존 작품설명 오디오 가이드가 없어지고,대신 PDA를 활용한 멀티미디어 가이드를 만들었는데 기존 오디오 가이드 때 제공되던 6개 언어(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어) 외에 한국어 서비스가 새로 추가됐다.

유럽문화의 중심지인 파리,그것도 세계 최고 대형 박물관인 루브르 안에서 한국이 당당히 자리잡게 된 것이다.

내가 파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 흔한 루브르 관람 안내서조차 한국어판이 없었다.

그런데 2005년 한글판 안내서가 나온 데 이어 이번에 멀티미디어 가이드와 함께 한국어 작품해설 서비스가 실현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6유로를 내고 덥석 이 PDA를 빌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부분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나는 기초적인 프랑스어조차 몰랐던 시절 처음 루브르에 와서 더듬어 찾아갔던 모나리자가 있는 코스를 가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PDA 안에는 GPS(위치항법시스템)를 활용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이 방대한 박물관 안에서 나처럼 '길치'인 사람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국 땅에서 만나는 한국어 서비스는 우리 마음에 자연스레 자긍심을 불러일으킨다.

한 국적 항공사의 후원으로 이뤄진 이번 루브르박물관 사례를 통해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