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납품 주물 원재료비 인상을 결정한 것은 국제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중소 협력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단'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국내 협력업체의 원재료 및 부품 납품단가를 최고 50% 인상했다.

이 같은 주요 대기업의 조치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원가 압박에서 일부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대기업은 선뜻 현대.기아차 등의 결정에 동참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국제 원자재 쇼크에 따른 원가 압박은 대기업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소기업 상생 돌파구 열릴까

현대.기아차가 주물제품 납품가를 인상하기로 한 것은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협력사의 경영난이 심화돼 자칫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물업계 외에도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협력업체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이어서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

현대.기아차는 주물제품 이외 부품 협력업체와도 구매단가 인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안에 인상 여부와 인상폭을 결정할 계획이다.

다른 부품의 납품가격까지 인상할 경우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해진다.

현대.기아차는 올초 주요 원재료 중 하나인 철판 가격이 납품처별로 10∼20% 올라 이미 매출의 2%에 해당하는 만큼의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차량의 평균 내수 판매가격이 약 2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차량 한 대당 원가가 적게 잡아도 40만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미처 반영하지 못한 부분까지 포함하면 대당 80만∼100만원까지 비용이 늘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는 이처럼 각종 부품의 납품단가가 높아지면 궁극적으로 자동차 판매가격까지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의 원자재 가격 인상은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속도가 빠르고 범위도 넓다"고 말했다.

◆전자 등도 납품단가 인상

현대.기아차의 납품단가 인상 소식에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부품 협력업체와의 단가 조정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GM대우는 현대.기아차와 협력사 간 협상의 진행 상황과 원자재 가격 추이 등을 감안해 납품단가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도 현대.기아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도 부분적인 원재료 및 부품 납품단가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LCD총괄은 지난 1월부터 LCD 자재 구매가를 최고 50%까지 인상했다.

LG디스플레이도 이달 초부터 일부 협력사로부터 받는 부품과 재료의 구매단가를 5~20% 인상했다.

용대인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 등 주요 대기업의 경우 아직은 연초 목표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철강 등의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태명/유승호 기자 chic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