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잇단 보안위반에 러 '초강수'

한국의 첫 우주인이 우주선 발사를 한 달여 남겨 두고 전격 교체된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무엇보다 보안 규정 위반을 이유로 우주선 탑승자가 교체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탑승 우주인이 바뀌어도 당초 일정을 진행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이번 사건이 심사과정 부실 논란을 야기하면서 자칫 국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상목 교육과기부 기초연구국장은 10일 기자 브리핑에서 "러시아 연방우주청이 지난 7일 종합의료위원회(GMC) 결과와 고산씨의 훈련 중 규정 위반사항,훈련 과정의 종합 결과 등을 토대로 이소연씨로 변경해 줄 것을 권고하고 한국 측에 최종 결정을 조속히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러시아의 교체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인 셈이다.


정부는 고씨가 두 번에 걸쳐 중대한 훈련 규정을 위반했으며 훈련 과정에서도 부주의한 행동이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중순 고씨는 외부 반출이 금지된 훈련 교재를 자신의 짐과 함께 한국으로 반출했다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반납했다.

지난 2월 하순에는 본인의 훈련과는 무관한 '조종사용' 훈련 교재를 임의로 빌려 사용했다.

조종사용 훈련 교재는 보다 철저한 보안 유지가 요구되는 데다가 비슷한 위반을 반복한 것에 대해 러시아 측이 우리 정부에 강력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하순부터 당초 프라이머리(탑승) 요원인 고씨와 백업(예비) 요원인 이씨가 역할을 바꿔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백홍열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러시아 측은 40년간의 우주인 배출 경험에 비춰 사소한 실수가 반복되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라며 "고산씨가 우주인으로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은 의욕 때문에 이런 문제를 빚었다"고 해명했다.

두 우주인은 역할 변경에 상관 없이 이달 18일까지 승무원 종합 훈련을 받은 다음 26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로 이동해 4월8일 우주선 발사에 대비하게 된다.

이변이 없는 한 이소연씨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자 49번째 여성 우주인이라는 영예를 안게 될 전망이다.

특히 4월19일 귀환하는 소유즈의 귀환 캡슐에는 국제우주정거장 16대 원정대 선장이었던 미국의 페기 윗슨 여성 우주인이 탑승할 예정이어서 세계 최초로 우주인 3명 중 2명이 여성 우주인이 되는 기록도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산씨는 발사 직전까지 예비 요원으로 훈련을 계속 받게 되며 당분간 항우연 연구원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고씨의 도중 하차로 인한 부작용은 없다는 것이 교육과기부의 설명이지만 과학계는 이번 사태가 미칠 여파를 걱정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건강상 문제로 탑승 요원이 교체된 사례는 많이 있었지만 규정 위반으로 교체된 것은 지극히 드문 일인 만큼 자칫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정종호/황경남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