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 달 만에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무려 1만3071가구 늘었다.특히 경기지역 미분양 주택은 50% 이상 급증해 2만가구를 넘어섰다.

9일 국토해양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가구 수는 작년 말보다 11.6%(1만3071가구) 늘어난 12만5325가구로 집계됐다.1996년 7월(12만7537가구) 이후 최고치다.

미분양이 급증한 것은 건설업체들이 분양 시장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한꺼번에 분양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월에 분양이 폭탄처럼 쏟아진 경기 지역의 미분양이 가장 심각하다.경기 지역의 미분양 주택은 2만691가구로 작년 말보다 51.7% 늘었다.1998년 10월 2만184가구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2만가구를 재돌파했다.

신동아건설과 동문건설이 일산 덕이지구에서 공급한 4872가구 및 GS건설과 벽산건설이 식사지구에서 분양한 7211가구가 대거 미분양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경기 외 미분양이 1만가구 넘게 쌓인 곳은 부산,대구,경남,경북,충남 등 5곳이다.

충남(2172가구) 경남(1854가구) 충북(1050가구) 등은 한 달 동안 1000가구 이상 미분양이 더 늘었다.충남에서는 연기군(983가구)과 천안시(544가구)의 미분양 증가분이 눈에 띈다.

반면 일부 지역은 미분양이 줄었다.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울산(750가구) 부산(642가구) 경남(255가구)에서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미분양이 다소 해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 크기별로는 전용 60㎡ 이하가 6659가구로 집계됐고 60~85㎡ 이하가 5만5568가구,85㎡ 초과가 6만3098가구로 나타났다.전용 85㎡를 초과한 중ㆍ대형 아파트는 작년 말보다 1만136가구(19.1%) 증가했다.

특히 '청약률 제로' 단지가 속출하는 등 미분양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건설업체들은 철근 등 원자재값 상승과 맞물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달 대우자동차판매가 천안에서 분양한 두정역 이안더스페셜(935가구),엠코의 울산 신천엠코타운(741가구)에 청약통장으로 청약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원자재값 상승과 맞물려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자금력이 없는 기업들은 잇따라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