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업계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더 이상 견뎌내기 어렵다며 대기업에 제품 공급을 중단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했다.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지난 7일에 이어 오는 15일 한 차례 더 납품을 거부하고 그래도 대기업들이 납품가를 올려주지 않을 경우 4월부터는 아예 공장 가동을 전면(全面) 중단하겠다고 밝혔다.주물업계에 따르면 주물의 주원료인 고철값은 1999년에 비해 230%,선철(銑鐵)값은 120% 올랐다.반면 주물제품 납품 가격은 1999년 대비 20∼30% 오르는데 그쳤다.

납품을 받는 대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주물업계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납품가를 올릴 경우 바로 최종 제품 가격 인상으로 연결되는 만큼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외생적 변수에 기인한 것으로 어느 당사자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기 어렵고,따라서 마땅한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납품 중단 파장(波長)이 주물 이외 다른 산업분야에까지 연쇄적으로 퍼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걱정거리다.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0%가 원자재값이 올라도 제품값을 못 올리고 있다고 한다. 주물 이외에도 제2,제3의 납품 중단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대내외적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두고 당사자들이 감정적으로 맞서거나 힘겨루기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식의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어떻게 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모두 피해자인 만큼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통을 분담(分擔)한다는 차원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부 기업들이 "어려움이 많지만 납품가 인상을 신중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정부도 외생변수만 탓하고 나몰라라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해당 기업들에 금융 세제 지원을 비롯 가능한 지원 방안이 있다면 비록 한시적인 것이 되더라도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