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의 1차 부품협력업체에 주물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삼광산업.이 회사는 현재 ㎏당 520원을 주고 원자재인 고철을 매입하고 있다.2006년만 해도 250원 선이던 고철가격이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2배가 넘게 뛰었지만 납품단가는 그때나 지금이나 ㎏당 1000원에 고정돼 있다.벤더회사가 납품단가를 현실화해주지 않고 있어서다.이 회사는 결국 더 이상 적자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7일부터 시작된 주물업계 납품중단에 동참했다.이처럼 납품중단에 나선 업체는 전국에서 240여개가 넘는다.인천,대구,진해 등의 주물공단에 위치한 주물업체들은 7일부터 공단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납품을 통제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납품중단 왜 일어났나
주물 파동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원자재값 인상분이 제품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어서다.주물업체들은 경영유지는커녕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실제 주물용 원자재의 주원료인 고철가격은 2006년 말 ㎏당 270원 선이었으나 이달 들어 520원으로 급등했다.1년 남짓한 사이에 92.6%나 오른 것.주물용 선철가격도 작년 대비 t당 5만원이 오른 38만3000원으로 이미 제조원가가 납품단가를 넘어선 상황.
반면 주물제품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주물조합에 따르면 1999년부터 올해까지 주물제품의 제조원가는 고철이 231.2%,선철은 121%씩 상승했지만 주물제품 가격은 같은 기간 20~30% 정도 인상에 그쳤다.
◆산업계 연쇄파장 불가피
주물업체가 납품을 전면 중단할 경우 대기업의 생산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산업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재고 물량이 꽤 있기 때문에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주물업체의 납품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회사 등 주물제품을 사용하는 주요 기업들이 '주문 즉시 생산 방식'(JIT,JUST IN TIME) 시스템을 도입해 재고물량이 많지 않은 곳은 당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는 주물제품의 납품가 인상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어려움이 많지만 납품단가 인상을 신중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철구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주물제품의 납품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자동차 수출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자동차회사와 주물 제조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조속히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물 파동'을 잠재우는 길은 기계,자동차,조선 등 최종 제품의 값을 올리는 것 뿐이라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기계업계 관계자는 "주물조합 및 산하 관련 기업들과 대응책을 검토키로 했다"며 "가격 현실화가 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현대중공업 관계자도 "주물을 납품하는 회사별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가격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일이 처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와 관련.박광순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실 연구위원은 "주물제품 납품 가격이 인상되면 관련 공산품 가격이 오르는 등 물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이정선/안재석/김인완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