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생산기술의 해외 이전을 놓고 국내 반도체 업계 양대 사령탑인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정면 충돌했다.

김 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가 대만 프로모스에 첨단 D램 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술 유출이 아니라 기술수출"이라고 주장한 반면 황 사장은 "반도체 기술은 수출 대상이 아니다"며 즉각 반박한 것.

이와 관련,하이닉스는 D램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2003년부터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프로모스에 54나노 D램 공정 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이를 두고 핵심 기술을 해외 업체에 이전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사람 간의 공방은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빚어졌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황 사장이었다.그는 이날 '하이닉스의 프로모스에 대한 기술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선진국에서는 핵심기술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같은 핵심기술이 수출대상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답했다.그는 "(하이닉스의 기술이전은) 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80나노급 D램 기술을 해외로 이전할 때는 지식경제부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 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정부가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것.특히 황 사장은 하이닉스가 지식경제부에 기술이전 계획을 신고하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낼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기술유출 우려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김 사장은 "만일 기술이 유출된다고 판단되면 내가 스스로 (기술이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프로모스에 이전하려는 기술은 설계 등 핵심기술이 아닌 양산기술일 뿐"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프로모스와 3년간 같은 방식으로 협력해 왔지만 단 한번도 기술유출이 문제된 적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업계는 최근 일본과 대만업체들의 '한국 타도'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이번 공방이 자칫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처럼 기술을 제휴해도 모자랄 판에 삼성과 하이닉스가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