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태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회사마다 신입사원 입사 및 교육이 한창이다.좁은 취업문을 통과한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축하의 마음을,고배를 마신 이들에게는 더 멋진 기회를 잡으라는 격려를 보내고 싶다.

기업들도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로 한창 들떠있어야 할텐데,인사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지원할 때는 "회사에 뼈를 묻겠습니다,뭐든 시켜만 주십시오"라며 애걸하다시피 하던 구직자들이 입사 후엔 "부서가 마음에 안 든다","비전이 없다"며 태도를 돌변하기 때문이다.그러다보니 회사일에 힘을 쏟기보다는 메뚜기처럼 더 나은 곳을 찾아 옮겨 다닌다고 한다.이는 회사도 손해고 개인도 손해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예전 같은 평생직장의 개념은 없어진 지 오래다.그럼에도 신뢰성이 최고의 덕목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조동성 서울대 교수의 책 '장미와 찔레'를 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과 고민,그에 대해 기성세대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중소기업에 다니는 주인공이 회사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떠나려다 대학 은사를 만나 여러 얘기를 듣고 다시금 자신의 장래를 설계해본다는 줄거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티그리티(integrity)다.굳이 번역하자면 성실,신뢰,착실 등을 두루 포함한 말이다.기업은 사람을 키울 때 능력과 신뢰성을 보고 판단한다.하위직급일 때는 능력이,상위직급으로 갈수록 신뢰성이 중요해진다.회사를 자주 옮겨 다니는 사람을 믿고 중요한 일을 맡길 경영자는 없다.

죽을 때까지 한 회사에만 충성을 다하란 말은 아니다.하지만 너무 잦은 이직은 자신의 인티그리티를 깎아먹는다.수년 동안 한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을 무능력자 취급하고,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몸값을 높이는 이들을 동경하는 풍토는 잘못된 것이다.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힘들다.하지만 이를 견뎌야 한다.봄에는 씨를 뿌리고,여름에는 김을 매고,가을에는 추수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사람도 마찬가지다.노력없이 돈을 많이 벌고 우아하게 살겠다는 것은 땀 흘리지 않고 부자가 되겠다는 것과 같다.실력과 신뢰를 쌓아야 알찬 가을걷이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