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 최대 라이벌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중앙대를 놓고 자존심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우리은행과 중앙대의 12년간 주거래은행 계약이 올해 만료되면서 신한은행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신한은행은 2006년 옛 조흥은행과의 통합 와중에 15년간 거래했던 서강대를 우리은행에 빼앗긴 바 있어 더욱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5일 금융권과 중앙대에 따르면 중앙대는 조만간 주거래 은행 결정을 공개 경쟁입찰에 부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우리은행과의 주거래 계약이 부속병원은 3월 말,서울 및 안성캠퍼스는 오는 11월 말로 끝나는 데 따른 것이다.중앙대 관계자는 "주거래 은행 선정에 있어 학교에 기여할 수 있는 제안을 받아 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신한 자존심 건 경쟁

중앙대가 공개경쟁 입찰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우리은행은 비상이 걸렸다.올해 기관고객 유치를 가장 큰 목표로 삼은 상황에서 12년간 거래해 온 중앙대 지점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벌 신한은행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어 근심이다.신한은행은 2006년 조흥은행과의 통합 와중에 옛 조흥은행이 15년간 거래한 서강대를 우리은행에 빼앗긴 전력이 있다.당시 신상훈 행장이 고객 이탈 방지 특명을 내려 임원 등이 주요 거래처를 직접 관리하고 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서강대에서 맺힌 한을 중앙대에서 풀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신한은행으로선 은행권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리은행의 자산을 빼앗아 오면 효과는 2배로 커진다.


◆약아진 대학,한푼이라도 더 받아라

지난해 하나은행은 인하대를 우리은행으로부터 빼앗았으며 우리은행이 독점하던 연세대에 출장소를 냈다.성균관대(수원)에선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을 쫓아냈다.외대는 40년간 거래해 온 SC제일은행 대신 우리은행을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구애가 집중돼 '몸값'이 올라가면서 대학들도 약아지고 있다.중앙대가 주거래 은행을 공개경쟁 입찰에 부칠 경우 지난해 홍익대에 이어 두 번째다.

실제 우리은행은 서강대에 입점할 때 70억원의 발전기금을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매년 3억5000만원씩 20년간 내는 대신 20년간 입점하는 방식으로 계약한 것.고려대에 입점해 있는 하나은행은 지난해 80억원을 출연했다.

대학의 '몸값'이 올라간 이유는 두 가지다.은행이 대학에 들어가면 학생증 겸용 스마트카드 발급 등을 통해 수만 명의 고급 미래 고객을 선점할 수 있다.'직장의 주거래 은행=내 주거래 은행'이란 공식이 깨져 학생들이 한번 통장을 만들면 취업한 뒤에도 거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등록금 등 현금 유치 효과도 상당하다.특히 대학병원,부대사업,발전기금 등을 통한 대학의 자금 운용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