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후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시를 더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대표 권경현 www.kyobobook.co.kr)의 최근 1년간 연령·성별 시집 판매 분석에 따르면 45세 이후 남성들의 구매 비율이 여성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0~20대에서는 남녀 비율이 30 대 70이지만 30대에서 60 대 40으로 줄어들다가 45세 이후 연령대에서 역전되고 50대에는 65 대 45로 남성 구매 비율이 크게 늘어난다.60세 이상 연령대의 남녀 비율은 78 대 22로 더욱 커진다.

또 시집을 가장 많이 읽는 연령대는 남성 45~49세,여성 25~29세인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2005년 이후 전체 시집 구매량은 줄고 있지만 40세 이상 중년 남성의 시집 구매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신길례 교보문고 북마스터는 "최근 들어 시집을 찾는 중년 남성들이 많아졌다"며 "남성은 나이를 먹을수록 감성이 풍부해져 시를 많이 읽는 데 반해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건강 관련 도서 등의 실용서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년 남성들이 시의 감수성에 빠져드는 이유는 호르몬 변화에 따른 여성화 현상 등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려는 자기계발 수요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직장인들이 시를 매개로 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인문과 경영을 접목한 책이 속속 출간되는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한다.

평소 대형서점의 시집 코너를 자주 찾는다는 이재봉씨(46)는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게 시의 매력인데 그 속에서 삶의 지혜와 창조적인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며 "혼자 읽기 아까운 경우 몇 권씩 더 사서 선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