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시장 최대의 화두인 IPTV(인터넷TV)가 주식시장에선 도통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5일 KT는 메가TV 가입자 수가 5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오히려 2%대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달만에 가입자 수가 10만명이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과시했지만, 투자자의 관심은 끌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하나로미디어와 IPTV 전략적 제휴를 선언한 SK컴즈도 3% 가량 반짝 상승한 이후 내림세를 거듭해 20% 가량 주가가 빠진 상태다.

인터넷 포털 ‘파란’을 운영하는 KTH 역시 지난달 20일 IPTV 사업 확대 계획을 밝히면서 3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나, 그 이후 다시 7% 가량 내려앉았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IPTV는 올해 본격적인 실시간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통신업계는 물론 올해 코스닥 최고의 테마로 꼽혀 왔지만, 현재까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신통치 않다.

IPTV 서비스를 하고 있는 KT와 하나로텔레콤 주가는 모두 지난 연말 수준에 머물러 있고, 온미디어, 엠넷미디어, 올리브나인, IHQ, 휴맥스, 다산네트웍스, SBS, SBSi 등 IPTV와 관련된 콘텐츠 및 셋톱박스 업체들이 모두 올 들어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성급한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IPTV 시장규모는 2013년 2조원대에 이를 정도로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게 사실이지만, 서비스 도입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고 아직 어느 업체가 수혜를 볼 지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6~7월께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봤는데 제도 정비 등 원칙을 정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용준이 태왕사신기 한 편당 2억원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처럼 최근 들어 컨텐츠 제작 비용이나 해외 컨텐츠 판권 구입비가 치솟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IPTV 테마의 대표 수혜업종으로 거론됐던 콘텐츠 업체들에 대한 기대도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민영상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PTV가 큰 이슈이긴 하지만 아직은 수혜받는 종목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며 “사업이 더 진행되고 구체화된 이후에야 수혜 종목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창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IPTV의 수혜는 장기적으로 서서히 나타나므로 최근 업체별 사정에 따라 주가가 떨어지는 것 같다”며 “IPTV 사업이 본격 진행되면서 M&A(인수합병) 업체들과 그렇지 않은 업체들이 갈리면서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IPTV 테마는 아직 ‘설익은 재료’이며 실제 수혜로 이어지는 종목에 대한 선별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