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기관 봉사로 지역사랑 실천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신입사원들은 누구나 일주일간 용접기를 잡아야 한다.

연수기간 중 울산조선소 내 기술교육원을 찾아 선박 건조의 기본 과정을 몸으로 체득한다. 어느 부서에 배치되든 철판을 자르고 붙이는 정도의 현장 업무는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 행사의 이름은 '장인혼(匠人魂) 프로그램'. 힘은 들지만 성과도 크다. 철판에 떨어지는 땀방울에 비례해 애사심도 높아졌다는 게 연수에 참가한 신입사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장인혼 교육'은 1991년부터 18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신입사원을 핵심인재로 키워 나가는 현대중공업의 노력은 호흡이 길다. 업무 지식을 우겨넣는 '주입식 연수'보다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 '심성 개발'에 더 신경을 쓴다. '이웃과 지역을 사랑하라'를 모토로 삼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 신입 사원들은 본사 소재지 울산의 지역복지기관인 태연재활원과 나자렛원부터 찾는다. 중증지적장애인 생활시설인 태연재활원에서는 장애인들의 미술 음악 무용 등 학습활동을 보조하고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 재활훈련도 돕는다. 무의탁노인 요양시설인 나자렛원을 방문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목욕을 돕고 말벗도 돼 드린다. 지역환경 정화나 헌혈같은 이웃사랑은 기본이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지역 걷기' 행사도 연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울산 동구의 주요 관광지인 일산해수욕장과 대왕암,염포산,신라의 고찰 동축사,지방문화재인 봉수대,몽돌로 유명한 주전해변 등 35㎞ 구간을 도보로 답사한다. 회사와 함께 성장한 지역의 면면을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국보 147호인 천전리 각석과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 등 지역 문화유산을 돌아보는 유적답사도 병행한다. 지역사랑이 나라사랑으로 이어지고 애사심의 단단한 밑바탕이 된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신입사원들의 시야 넓히기에도 소홀하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넓은 시각과 국제적 소양을 갖춘 글로벌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대졸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해마다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작년에는 입사 2년차 271명 전원이 5월부터 순차적으로 중국 일본 중동 등으로 열흘간 연수를 떠났다. 업무 연관성과 전문성을 기르는 차원에서 자신이 속한 사업부문별로 연수 지역이 결정된다. 조선 부문 직원들은 급성장 중인 중국 조선소를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경영지원 부문 소속 직원들은 일본 나고야의 도요타 공장을 찾아 탁월한 생산성으로 유명한 '도요타 생산방식(TPS)'을 직접 체험했다.

1981년부터 27년간 이어져 온 '주니어보드'도 현대중공업의 특색있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매년 40여명의 젊은 핵심인력을 선발해 1년 동안 다양한 교육과 업무개선 활동을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비 중역으로서의 안목을 키우면서 실질적인 개선활동으로 회사경영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