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보험사를 중심으로 모두 13곳이 증권사 신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증권업 주도권을 둘러싼 금융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증권업에서 비중이 가장 큰 위탁매매시장조차 최상위권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이 5%를 겨우 넘는 상태여서 증권사 급증은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 2월로 예정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초대형 금융투자회사가 빨리 탄생하도록 유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회사의 해외시장 진출을 독려해야할 것이란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증권사 신규 설립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총 13곳이 설립인가를 요청했다.

종합증권업이 4개사,자기매매·위탁매매업 4개사,위탁매매전문 5개사 등이다.

종합증권사는 기업은행 SC제일은행 KTB네트워크 STX팬오션 등이,자기매매와 위탁매매 증권사는 LIG손해보험 한국씨티은행 등이 신청했다.

LIG손해보험은 종합증권사 설립을 고려하다 막판에 자기매매·위탁매매 증권사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씨티은행은 국내에 관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있지만 별도로 소매전문 증권사 설립을 신청했다.

미국 씨티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기관 중심의 도매(홀세일)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손복조 전 대우증권 사장이 이끄는 토러스증권도 예상대로 전북은행대구은행을 주요 주주로 자기매매·위탁매매업 진출을 요청했다.

위탁매매 전문의 증권중개회사로는 5개사가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네덜란드 ING은행이 뛰어든 것이 주목된다.

ING는 지난해 랜드마크자산운용을 인수해 자산운용업에 뛰어드는 등 국내 자본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밖에 한맥선물 스카이투자자문,토마토저축은행 등이 위탁매매전문 증권중개회사 신설을 요청했다.

증권업 진출설이 나돌았던 롯데와 아주그룹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신규 설립을 신청한 13개사와 별개로 3개사는 면허변경·전환을 요청했다.

위탁매매 전문인 BNP파리바증권중개와 흥국증권중개는 자기매매·위탁매매업을 신청했고,리먼브러더스증권 인터내셔널 서울지점은 현지법인(리먼브러더스증권)으로의 전환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위탁매매시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진단했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막강한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외국 증권사들이 증시에 진입해 위탁매매시장은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레드오션'으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토러스 등 위탁매매에 치중하는 회사가 등장하며 기존 대형·온라인 증권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업계 전반적인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