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1월 초.당초 유력한 총리 후보자로 거론됐던 A모씨는 전 재산이 400억원대에 이르는 자산가였지만 이 당선인의 신임을 바탕으로 국무총리 1순위로 거명됐다.하지만 인수위의 검증 결과 서울 강남아파트를 네 채나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스스로 총리직을 고사했다.

#사례2

이와 달리 최근 부동산 재테크 성공기로 화제를 모은 중견 가수 출신 여자 연예인의 경우 일반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그는 지난 30여년간 서울 반포와 여의도 등의 아파트를 옮겨가며 700만원의 종잣돈으로 재산을 3000배 가까이 불렸다.

새 정부의 첫 조각 과정에서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등이 '여론'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줄줄이 낙마하면서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잣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 측근은 "사람은 많은데 쓸 사람은 없고,그나마 쓸 만한 사람도 집과 땅 문제에 관해 자유롭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명박 정부 이전의 역대 정권에서도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여부는 인사 적격성을 가늠하는 중요 잣대였다.

정성진 현 법무장관이 1993년 초 문민정부 시절 부인이 유산을 받아 많은 부동산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대검 중수부장에 취임한 지 2주일 만에 물러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과다보유가 그 잣대였던 것이다.

참여정부는 실수요가 아닌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 일단 투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위장전입을 통해 비연고지에 농지를 산 경우에는 주민등록법과 농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적격심사에서 100% 탈락시켰다.

현행 국토계획및 이용법,주택법 등에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등 지역에 대한 투기용어는 있지만 개인의 부동산투기를 정의한 법률은 없다.

다만 건설교통부 국세청 검찰 등에서 부동산투기 유형에 따라 제각각 판단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불법 전매 등을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리거나 미성년자처럼 소득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부동산을 과다 보유한 경우 등을 통상 투기 혐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양도세 증여세 등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를 찾아내는 국세청도 "정당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사고 팔고,또 세금을 제대로 냈을 경우엔 투기 혐의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정돈 대검찰청 형사1과장은 "부동산 금액에 대한 뚜렷한 기준은 없지만 매매 차익이 많은데도 세금을 포탈했거나 투기 과정에서 위법 사례가 드러나면 사법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 관료 등 사회 지도층 인사에 대해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적용,도덕적인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연방 공무원과 의회 의원 등에 대해 까다로운 공직자 재산등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이 아무리 많아도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면 크게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에서도 공직자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며 각료 재임 중 유가증권 부동산 골프회원권 등의 거래를 금지하는 규범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엄격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정 기관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민들의 도덕적 잣대가 꽤 높아졌다는 것을 감안하지 못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투기와 투자는 학문적으로도 구분하기 어렵다"며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동산이 많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위 공직자들에게 적용되는 도덕성 기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인사검증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황식/정태웅/이심기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