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21일 윈도,오피스 등 자사 소프트웨어(SW) 기술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됐다.

MS가 기술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세력을 키워가는 '오픈소스 진영'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MS는 그동안 윈도,오피스뿐 아니라 윈도를 통해 구동하는 미디어 플레이어,메신저와 같은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의 설계도(API와 프로토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나 협력사,경쟁사 등은 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MS의 폐쇄적인 기술정책에 맞서 오픈소스 진영은 리눅스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 왔다.

레드햇,노벨,한글과컴퓨터(아시아눅스) 등의 리눅스 제품의 경우 일정 조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커뮤니티에 들어가 소프트웨어 설계도를 공유하며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오픈소스 진영은 모바일 단말기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대를 맞아 갈수록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개방형 휴대폰 운영체제(OS) 동맹인 '리모(LiMo)'와 구글 주도로 결성된 '개방형 휴대폰 동맹(OHA)'이 대표적이다.

두 진영에는 각기 30개 이상의 세계적인 기업이 참여했다.

모바일 시대에는 더 이상 MS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것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일치된 생각이다.

MS가 갑자기 기술 공개를 선언한 것은 오픈소스 진영의 세력 확산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제 MS와 오픈소스 진영이 기술을 공개해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MS는 1차로 3만쪽 분량의 기술 문서를 공개했다.

전에는 이런 문서를 보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고 로열티,수수료 등을 내야 했다.

워드 액셀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2007의 기술(API)도 공개하기로 했다.

서버 등 다른 제품의 프로토콜은 몇 달 후에 공개할 예정이다.

MS가 오피스 2007 기술을 공개하는 것은 차세대 문서표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차세대 문서표준으로는 MS가 주도하는 '오픈 XML'과 리눅스 진영의 'ODF(오픈다큐먼트포맷)'가 경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글과컴퓨터가 ODF 진영에 참여하고 있다.

MS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커뮤니티에 각종 기술 자료를 제공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인력을 공유하기로 했다.

또 오픈소스 진영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상호운용성 포럼'을 만들기로 했다.

어떤 프로토콜이 MS 특허에 해당하는지도 공개하고 개발자들이 이 프로토콜을 사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참고하도록 가이드도 제시할 예정이다.

MS의 이날 발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조사와 각종 소송에서 벗어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MS가 미디어 플레이어 끼워팔기나 독점적 지위 남용 등으로 인해 EU 집행위원회에 낸 벌금만도 1조원이 넘는다.

EU 집행위원회와 벌였던 9년간의 반독점 분쟁은 MS가 작년 9월 EU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임으로써 끝이 났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MS의 독점에 관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