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상단과 국제 상품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감으로 투자자들이 시장을 관망하면서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도 거래량이 올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가운데 선물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여과없이 현물시장에 반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매수주체가 없는 시장에서 선물 외국인들의 포지션 변화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가 단기 등락을 결정짓는 '왝더독'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안도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만큼 추가 상승에 대한 신뢰도가 낮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22일 한양증권은 "미국 증시가 악재보다는 호재에 애써 반응하는 등 투자심리의 최악 국면은 일단 모면한 것으로 보지만 내부적으로 추세적인 강한 반등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주도주와 매수주체 양쪽 모두가 미흡하기 때문.

시장에서 조선과 기계, 화학 등이 주춤하면 IT와 은행주 등이 선전하는 식의 견조한 순환매가 이어지고 있지만, 외견상 순환매로 보이는 이러한 움직임이 실상은 주도주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급 역시 외국인 선물 매매에 편승한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장 진입에 앞서 외국인 선물 매매와 기관의 비차익 매수 여부를 챙겨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 윤자경 연구원은 "기관 수급이 보강되는 시점마다 지수 하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면서 "기관의 영향력이 점차 복원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데다 글로벌 증시가 아직 안정을 되찾지 못해 몸을 사리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경제 상황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외국인들이 매물을 쏟아낼 때마다 기관들이 이를 충분히 받아 넘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연구원은 "조정 기간에도 주식형 펀드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된 덕분에 기관의 자금 여력은 비교적 높은 상황"이라면서 "다만 시장이 반등할 때마다 환매 타이밍을 노린 매물 출회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투신권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환매 물량이 증시의 흐름을 좌우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급한 자금들이 빠져나가는 동시에 최근 조정기 저점에서 유입된 자금들로 물갈이가 된 후에는 수급 상황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지수대별 저항을 조사한 결과 1800선 위에선 일부 개인의 매도로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크나 아직은 크게 저항을 받을만한 위치가 아니다"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고 기관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지금은 추가 반등을 향유할 때"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