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로비.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직원에서 탁구를 치며 깔깔 웃어대는 직원까지….경쾌한 음악이 들린다 싶더니 동글동글한 스피커 로봇이 강아지처럼 로비 곳곳을 굴러다닌다.

21일 아침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에 도착한 60여명의 서울시 간부급 공무원들의 눈이 그야말로 휘둥그레졌다.나름대로 여러 기업을 방문해봤지만 로비에서부터 이렇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회사는 처음이어서다.

이들이 현대카드를 찾은 것은 얼마전 이곳을 찾았던 오세훈 시장이 "현대카드를 배우라"며 방문을 지시했기 때문.첫 방문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오 시장도 이날 다시 간부들을 따라 나섰다.간부들은 "현대카드에 있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절로 나올 것 같지 않느냐"는 오 시장의 지적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곳은 10층.일단 "사무실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는 표정이다.직원들의 의자가 상당히 좋아보인다 싶다는 질문에는 "개당 100만원이 넘는 의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장시간 근무해도 피곤하지 않도록 전직원들에게 인체공학적인 사무집기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사무실 크기와 인테리어가 통일된 것도 매우 효율적이다.인사 이동이 있어도 서랍만 들고 옮기면 된다.별도의 공사는 필요없다.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팩스나 프린터 같은 공동 사무기기는 층별로 한 곳에 모아 공간 낭비를 최소화했다.임원 사무실의 벽은 밖에서도 훤히 들어다 볼 수 있도록 투명유리로 처리돼 있다.직원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휴게공간도 인상적이다.각 층의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자리잡은 휴게실은 웬만한 고급카페 수준이다.휴게실의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잠시 눈을 붙이던 한 직원은 정 사장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도 다시 눈을 감는다."이 정도면 직원들이 집에 가기 싫어할 것 같다"(김순직 디자인서울총괄본부 부본부장)는 코멘트가 절로 나온다.

사무실만 그런게 아니다.회의실은 현대카드의 또 다른 창의경영의 산실이다.층마다 자리를 잡은 회의실은 저마다 특성이 있다.영상회의실이나 대규모 회의를 할 수 있는 대형 회의실도 있지만 화이트보드 10여개가 둥그렇게 배치된 회의실,회의 내용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할 수 있는 회의실 등 소회의실이 수없이 자리잡고 있다.

특이한 것은 어느 회의실이든 다양한 음료로 가득한 미니바가 있다는 점.격식을 파괴한 회의 문화에 익숙해 사장이 주재하는 회의 중에도 참석자가 느닷없이 일어나 음료를 가지러 갈 정도다."그런 분위기가 긴장을 풀어 보다 창의적인 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정 사장의 설명이다.때문에 현대카드에서는 비서들이 음료수나 차를 준비하는 일이 없다.사장도 자신이 직접 커피를 따라 마신다.

이런 근무 환경은 곧바로 직원들의 창의적 사고를 이끌어내고 그 결과는 현대카드의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현대카드(현대캐피탈 포함)는 정 사장이 부임한 2003년 9000억원의 적자 회사였지만 지난해에는 8000억원의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현대카드에 각계의 방문 신청이 줄을 잇고 있는 이유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