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병 석 <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bschung@kut.ac.kr >

숭례문 화재를 겪으면서 온 국민이 분노와 고통을 느꼈지만,특히 답답했던 것은 소방관들이 화재 발생 몇 분 만에 현장에 출동해서 5시간에 걸친 소화작업을 했음에도 화재 진압에 실패했다는 점이다.그 원인은 목조 건물의 특징을 잘 몰라서 소방작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목조 건축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 그런 전문가가 없다는 것인가.

우리 사회에는 진정한 전문가,프로가 너무 적다.특히 수요가 많지 않은 분야에서는 전문가를 찾기가 더 어렵다.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특이한 분야,웬만한 사람들은 그런 영역이 있는지도 모를 분야에 심취해서 평생을 바치는 전문가가 많다.고문서 해독,특이한 동식물 연구,훼손된 문화재 복원,몇 대를 잇는 초밥왕 등….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3중,4중의 최첨단 검사를 거친 후에 30년 경력의 기술자가 20분간 시운전을 하면서 승차감과 소음 등 65개의 감성 항목을 점검한다고 한다.

NASA의 로켓 부품을 생산하는 일본의 한 중소기업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대부분의 공정을 기계가 아닌 숙련된 기술자의 손으로 수행한다고 한다.혼신을 다하는 기술자의 손재주와 미세한 감각에 장인정신이 결합되면 기계를 사용할 때보다 더 정밀한 초일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길러지는 것이다.

일본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끊임없이 노력하는 데 있다고 한다.이런 일본 제조업의 장인정신은 '모노츠쿠리'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도 10여개 공장의 기술자들을 본사에서 직접 교육,훈련시키면서 완벽한 물건을 만들도록 한땀 한땀을 중요시하는 장인정신을 배양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모두가 법대,의대만 가려고 하거나 공무원,공기업만 선호해서는 사회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직업을 선택할 때 자신이 그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일,즉 그 일을 하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택할 수 있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존중받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