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자동차는 대표적인 수출산업이었지만 최근 안팎에서 밀려든 악재 때문에 힘겨운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미국 중국 등 주력시장 판매 흐름이 삐걱거리고 있다.현대.기아차는 2009년까지 미국과 중국 공장 신.증설을 마무리하면 현지 생산능력이 각각 60만대와 104만대로 늘어나지만 판매량 증가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미국 판매는 77만2482대로 전년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쳤다.올 1월엔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든 탓이 크지만 가격 인하 등을 앞세운 경쟁 업체들의 공세에 밀린 측면도 있다.거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는 글로벌업체는 물론 현지 토종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상황이 더 심각하다.지난해 판매량은 33만2573대로 전년에 비해 7만대 줄었다.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지만 본질적으로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흐름이 이른 시일 안에 개선되지 않으면 안정적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인도의 후발 업체들도 큰 위협이다.인도 타타자동차는 2500달러짜리 초저가차 '나노'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중국 업체들은 독자 개발 모델을 속속 선보이며 글로벌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주요 글로벌시장에서 GM 도요타 등 선두그룹과 혈전을 벌이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서는 앞으로 저가차 시장에서 중국 및 인도 업체들과 경쟁해야 할 처지다.

안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120만대 안팎의 국내 시장마저 뺏으려는 해외 메이커들은 잇달아 판매가를 내리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대중차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태세다.당장 도요타는 올해 안에 인기 차종인 '캠리'를 다시 들여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국내시장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강성 노조 문제는 또다른 고민이다.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산별노조로 전환됐다.올해 기아차 임.단협과 현대차 임협은 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주도 아래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현대.기아차가 노동계 강성 투쟁의 볼모가 된다면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황에 처하게 된다.

김수언 기자 sookim8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