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자리 다툼은 부처 간 소관업무를 확보하려는 샅바싸움으로 이어진다.소관업무 확보 여부에 따라 공무원 자리 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는 당초 지식경제부(현 산업자원부) 소관으로 결론났던 원자력 기술 관련 연구개발(R&D) 업무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당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재 과기부가 갖고 있는 원자력 R&D와 산업발전 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관하고 안전 규제 기능만 교육과학부(교육부+과기부)로 넘기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분리 개정안이 수정돼 현행대로 원자력 R&D를 과기부가 맡는 쪽으로 바뀌었다.과기부가 원자력 R&D는 장기적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고 핵심 원천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며 기초과학 R&D 업무를 담당하는 과기부가 계속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원자력 발전을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산업분야 R&D를 추진해야 '세계 원전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역시 지식경제부 산하로 가게 될 우정사업본부(우본)를 붙잡아두려 하고 있다.우본은 지식경제부(현 산자부)로 옮겨갈 예정이었으나 우편 등 우본의 업무가 지식경제부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데다 우본 측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정통부+방송위)에 잔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인수위가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우본을 둘러싼 힘싸움의 이면에는 '자리' 문제가 크다.우본은 실.국장급 15명,3.4급 이하 공무원 3만1638명 등 3만명이 넘는 거대 조직이다.각 부처가 공무원 인원 감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때 산하에 우본과 같은 조직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방통위와 문화부는 방송영상정책과 방송광고 관련 기능을 두고 맞서고 있다.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되는 기획재정부는 일단 합의안을 행자부에 제출했지만 일부 직제에 대해서는 각각 의견을 제출해 인수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해운 물류 및 항만 기능을 흡수해 국토해양부로 확대 개편되는 건설교통부도 조직 및 인원 감축을 놓고 치열한 눈치전쟁을 벌이고 있다.건교부는 당초 2차관 8실로 조직개편안을 올렸으나 5실로 대폭 축소하라는 지시에 따라 3실을 줄인 조직개편안을 다시 짜맞췄다.

새로 출범하는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이 갖고 있던 감독규정 제.개정권,금융회사 인.허가 업무를 관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래야 고위직을 몇 자리라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반면 금감원은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가 금융회사와 관련된 실질적인 권한들을 모두 가져갈 경우 관치(官治)의 폐해가 크기 때문에 시장친화적인 금융감독을 위해서는 민간조직이 이 같은 업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