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이 본격 개막됐다.유가증권시장의 넥센타이어와 코스닥시장의 인지디스플레이가 지난 12일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을 시작으로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정기주총이 내달 말까지 이어진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지난해에도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매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영업이익 증가율 또한 10%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일부 기업들은 경영권 분쟁 같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고율(高率)의 배당을 실시하는 등 잔치분위기의 주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은행업계만 해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조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투자자로서는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주주로서의 보람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의 고배당 추세에 대해선 우려되는 측면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영업을 잘해 여유자금을 충분히 확보한 기업들이야 물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무리를 해가며 고배당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은 까닭이다.특히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 파워가 증대되면서 이런 경향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실제 상장사들의 배당금 지급규모는 급팽창 추세다.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사들은 2006년도 결산 이후 11조6922억원을 배당해 2001년(3조8477억원)에 비해 불과 5년 만에 지출규모가 3배에 이르렀다.게다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규모를 합친 상장유지비용이 자금조달규모를 웃도는 현상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투자여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기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일이고 이를 위해선 투자만큼 절실한 게 없다.특히 올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波紋) 등으로 경기 전망마저 좋지 못해 더욱 그러하다.따라서 기업들은 배당확대에 매진하기보다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 또한 긴 안목으로 볼 때 기업의 지속적 성장이야말로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지나친 배당압력을 넣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