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메가헤르츠(㎒)주파수 여유분 경쟁사에 배분

결합상품 팔때 타사고객 차별 금지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SK텔레콤이 2011년까지 독점 사용하게 돼 있는 800메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 여유분을 KTF LG텔레콤 등 경쟁사들이 나눠 쓸 수 있게 할 것을 정보통신부에 요청키로 했다.또 SK텔레콤이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결합상품 가입을 유도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도 내걸었다.

공정위는 15일 전원회의를 열고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기업결합)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고 정통부에 전달키로 했다.통신사 인수.합병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정통부는 공정위 의견을 참고해 20일께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독점 사용 중인 800㎒ 대역 주파수를 이용종료 시점인 2011년 6월 회수해 공정하게 재배치할 것을 정통부에 요청키로 했다.또 그 전에도 매년 말에 800㎒ 대역 여유분을 회수해 다른 사업자들에 공정하게 나눠줄 것도 요청할 예정이다.SK텔레콤이 사용하고 있는 800㎒ 대역은 전파 도달 거리가 넓은 우량 주파수다.

공정위는 아울러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가 자사 기지국이 없는 지역에서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로밍'을 요청할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또 SK텔레콤이 유.무선 결합상품(이동통신+전화+인터넷 등)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부당한 조건을 내거는 행위도 금지했다.예를 들어 요금할인 혜택이 큰 상품을 내놓고 특정 결합상품 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쟁사업자가 결합상품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하거나 SK텔레콤 서비스를 재판매할 경우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이는 SK텔레콤이 가지고 있는 이동통신시장의 독점력이 다른 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김원준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은 "조건 이행 여부는 감시기구를 만들어 앞으로 5년 동안 점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KTF와 LG텔레콤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800㎒ 주파수 로밍 의무화 및 재배치 권고,결합상품 판매 시 경쟁사 차별 금지 등은 바람직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SK텔레콤은 "공정위의 결정은 기업 결합 효과를 제약한다"며 "세계적으로 통신기업 간 인수.합병이 주류인 상황에서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