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가로 분류되는 현대중공업이 새로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고 나서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의 주력 기업인 현대상선과 같은 업종이라는 측면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4일 중국의 하이난항공그룹과 홍콩에 벌크선사를 설립키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난항공그룹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현대중공업과 물류 및 금융, 전략적 투자 등에 대한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하이난항공그룹 산하 다신화물류주식유한공사와 함께 국제 벌크선사를 설립키로 합의했다는 것.

회사 설립일정과 자본금 규모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측과의 지분율은 50:50이 될 것으로 알져졌다.

이에 따라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의 주력 기업인 현대상선과 같은 업종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결과가 된 셈이다.

일단 현대중공업의 해운업 진출은 미스터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해운사 설립의 주된 목적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후판의 안정적인 수송에 있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룹사 물량을 포함하더라도 연간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50만톤 전후에 불과해 이를 위해 전담해운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한중 간 운항일수와 후판수입량 등을 고려하면 1만6000 DWT급 벌크선 1척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체물량 이외에 다른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벌크선가 자체가 비싸지면서 운임 또한 워낙 초강세를 보이고 있어 조선사 입장에서 자체 해운사를 갖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중국쪽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전체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가 내에 해운사가 중복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범현대가 전체적으로 볼 때 해운업체가 중복되는 것 같지만 현대상선은 컨터이너화물 중심이어서 사업 포트폴리오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정동익 CJ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해운업 진출계획의 속내는 유휴자금 활용과 사업의 수직계열화라는 관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