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홀에만 오면 왠지 안돼."

"새벽 라운드 땐 스코어가 제대로 안 나와."

이같이 하소연하는 골퍼들이 있다.변명으로 들릴지 모르나,'징크스'에 가깝다.징크스는 특정 클럽,골프장,홀,동반자,계절,기후 등에서부터 음식이나 라운드 전날의 부부 싸움·섹스에 이르기까지 그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골퍼들 중에는 유난히 징크스를 자주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가능하면 징크스를 입 밖에 내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징크스는 외부 요인보다는 골퍼의 '마음'에 달린 경우가 많다.한두 번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면 그것이 머리에 남고 다음 라운드 때 되살아나 골퍼들을 괴롭히는 것.

징크스 탈출에 묘약이 없을까.

골프 심리학자 봅 로텔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려고 할수록 그것에 얽매이는 강도는 심해진다"고 주장한다.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다른 일에 전념하는 것이라는 조언이다.

예를 들어 4번아이언만 들면 실수를 하는 골퍼라면 그 클럽을 아예 빼버려라.특정 홀에 다다르기만 하면 '보기'나 '더블 보기'를 한다면 지금까지와는 판이한 공략법을 써볼 만하다.

특정 동반자(대개 골프를 가르쳐준 사람이나 평소 어려워하는 사람)와 라운드하면 안되는 골퍼라면 그 사람과의 인연은 털어버리고 매 샷에만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계절(한겨울이나 한여름)이나 라운드 시간(꼭두새벽)에 징크스가 있다면 아예 그때를 피하는 것은 어떨까.

불가피하게 그때 쳐야 한다면 '동반자들도 같은 조건'이라고 자위하며 더 적극적으로 나가볼 만하다.

징크스가 없는 골퍼는 없다.샷 난조를 징크스 탓으로 둘러대는 것은 또 다른 징크스를 낳을 뿐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