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맞짱토론'이 열린 지난달 31일 로스앤젤레스 코닥 시어터.한 패널이 "자신의 의료보험 개혁방안이 상대방보다 어떤 점에서 우월하냐"는 공동 질문을 던졌다.

오바마의 답변은 간단 명료했다."첫째,혜택의 대상이 넓어진다.둘째,재정이나 개인의 부담은 크게 늘지 않는다.셋째,현 의료보험의 장점은 더욱 강화된다"는 것.그걸로 답변은 끝이었다.재미있는 점은 그가 사용한 단어다.그는 '첫째,둘째'를 말하면서 '넘버원, 넘버투'라는 가장 쉬운 단어를 사용했다.이어 마이크를 잡은 힐러리도 첫째 둘째 셋째란 말을 사용하면서 알기쉽게 정리했다.하지만 힐러리는 좀더 정제된 단어인 '더 퍼스트, 더 세컨드'를 썼다.

별것 아닌 것 같은 단어의 사용은 두 사람의 선거운동 전략을 그대로 드러냈다.오바마는 가장 쉬운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가장 평범한 사람을 겨냥한 선거전략임을 분명히 했다.반면 힐러리는 세련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준비된 대통령이란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이런 점은 지난 5일 '슈퍼화요일' 결전이 끝난 직후에도 드러났다.힐러리는 "여러분은 역사 창조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미국의 재건을 위해 투표했다"며 거창한 의미를 부여했다.반면 오바마는 "우리 시대가 왔다.미국에 변화가 오고 있다.우리는 할 수 있다"며 감성을 자극했다.

미국엔 오바마 열풍이 불고 있다.근원지는 그의 연설이다.가장 쉬운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가장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그의 연설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갖고 있다.재미있는 것은 오바마 열풍으로 인해 기존의 선거운동 개념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는 점.지금까지 대선은 고도의 선거전략가들과 이른바 킹메이커들이 여론을 확산시키는 '위로부터의 선거전략'이 주류였다.이에 비해 오바마는 철저히 아래로부터의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누구의 선거전략이 옳을지는 모른다.그러나 오바마의 선거전략이 엄청나게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도 한번쯤 새겨야 할 전략의 변화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