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금난 해소‥수익성은 '글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시중 자금 유턴으로 극심한 돈가뭄에서 벗어난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올 들어 고금리 예금에는 자금이 쏠리고 있지만 실질적 수익원인 요구불 예금은 급감했다.이런 추세대로라면 지난 4분기 일시적으로 반등했던 순이자 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은행들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 7%에 육박하는 고금리 특판으로 수조원씩을 조달했던 대형 은행들은 최악의 경우 역마진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최근 은행 간 대출 경쟁이 재현되면서 높은 조달 비용을 대출 금리에 전가하기가 여의치 않다.이렇게 되면 대형 은행의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고금리 예금에만 몰리는 돈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은행권 정기예금은 20조3883억원이나 늘었다.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1년 12월 이후 최대 증가폭으로 지난해 연간 증가액 11조8000억원보다도 많은 규모다.은행들이 새해 벽두부터 최고 연 7.0%의 금리를 지급하는 정기예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자금 유치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 예금은 6조7950억원이나 줄어들었다.세금 납부 등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많다.이에 따라 전체 수신은 12조117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정기예금이 1월 7조1629억원 늘어나면서 총 수신이 전월 말보다 5조9817억원 증가했지만 요구불 예금은 2조6264억원 줄었다.하나은행도 1월 말 총 수신은 전월 말보다 3508억원 증가했지만 요구불 예금은 1조5518억원 감소했다.
제로 금리 수준의 저원가성 예금은 은행들의 실질적인 수익원으로서 이 예금의 이탈은 NIM에 악영향을 미친다.국민은행의 경우 1월 5조원의 특판 예금과 1.5조원의 은행채 등을 연 6.5% 이상으로 조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수준에 불과하다고 해도 기존 만기 전 평균 조달비용이 4.1% 수준이므로 1분기 중 12bp 이상의 조달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국민은행의 지난해 4분기 NIM은 3.39%로 전분기의 3.33%에서 반전됐지만 1분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대출 경쟁도 여전
예금 조달 비용을 대출 이자에 전가할 수 있다면 은행권의 NIM은 악화되지 않는다.그러나 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 전가가 쉽지 않아 NIM 하락은 불가피하다.문제는 지난해 말 이후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여 온 은행권 대출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는 데 있다.
은행권 기업 대출은 지난달 11조4855억원이 늘면서 월별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유진기업의 하이마트 인수 관련 자금 수요 등 일시적 수요에 따라 대기업 대출이 최대폭인 3조6770억원 증가했지만 전월 4조379억원이 줄었던 중소기업 대출도 7조8085억원 폭증했다.
구경회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1월에도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은행 간 대출 경쟁이 나타나고 있어 조달비용 상승을 대출 금리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기은경제연구소는 시중 은행 6곳의 중소기업 대출 순증가액이 지난달 28일까지 6조8000억원에 달해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