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서쪽에 자리잡은 마그데부르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하펠강.이곳에는 케친이라는 작은 강변마을이 있다.소규모 내수면 어업으로 근근이 먹고 살던 이곳은 '프로젝트 17'을 상징하는 장소로 거듭나면서 관광.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프로젝트 17'은 옛 서독의 하노버에서 동독의 마그데부르크,베를린간 280㎞의 수로를 개량하고 현대화,낙후된 동독지역을 서유럽의 운하.수로망에 연결하는 수상교통 인프라 구축사업이다.현재 케친 주변에선 냉전시절 동독정권이 서베를린을 우회해 폴란드로 가기 위해 만든 하펠운하를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운하 위로 걸쳐진 교각의 높이를 높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펠운하 답사에 동행한 토머스 크뤼거 포츠담 지역 수로국장은 "하펠운하에는 25t 대형 컨테이너 트럭 54대분에 해당하는 길이 85m,폭 9.5m의 1350t급 수송선들이 시속 12∼13㎞,물의 흐름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시속 20㎞ 이상 속도로 운항한다"며 "3500t급 신형 대형 수송선에 컨테이너를 2층으로 싣고도 운항할 수 있도록 교각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하펠운하 주변에는 독일 유수의 슈퍼마켓 체인점인 네토와 제빵업체인 하펠 베커라이 등 대형 물류창고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유럽연합(EU) 장 트레스토 내륙수로팀장은 "운하는 교통 체증이 적다"며 "5ℓ의 석유로 1t의 화물을 기차로는 3㎞,트럭으로는 1㎞ 보내지만 수운으로는 5㎞를 운송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1998년 시작돼 2015년까지 진행되는 '프로젝트17'은 총 23억유로(약 3조2000억원)가 투입되는 대형 공사로 △60㎞에 달하는 작센.안할트 지역 미텔란트운하 건설 △마그데부르크와 포츠담 간 106㎞의 엘베~하펠운하 건설 및 확장 △베를린 서항과 포츠담 간 67㎞ 수로망 연결 등이 핵심사업이다.9m가 넘는 엘베강과 하펠강 간 수위차를 해결하기 위한 마그데부르크 운하교 건설과 로텐제 갑문,체르벤 갑문,부스터비츠 갑문 건설 등이 포함돼있다.올해 안으로 북해 인근 함부르크항에서부터 베를린까지 컨테이너선이 다니게 될 전망이며 내년에는 2000t급,2010년 이후에는 3500t급 초대형 선박도 운항이 가능하게 된다.독일은 이외에도 2010년까지 기존 모젤운하 내에 있는 판켈과 젤팅겐에 2차 갑문을 건설하고 민덴강과 되버덴강에 갑문을 만드는 등 운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최근에 완공된 마인-도나우 운하는 현대적인 운하 관리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마인-도나우 운하에 설치된 갑문들은 유입되는 물의 양을 컴퓨터로 통제하며 유입된 물의 60%를 재활용,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설계돼 있다.

유럽에서 운하 변방으로 취급되던 프랑스도 21세기식 신형 운하 건설 사업에 착수했다.프랑스는 파리를 관통하는 센강과 북해를 연결하는 100㎞ 길이의 센-스헬더 운하를 2014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파리에서 운하를 이용,로테르담이나 암스테르담으로 화물을 실어나를 경우 파리 서북쪽 루앙과 르아부르를 거쳐 도버해협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는 데도 직선 코스를 새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운하가 완공되면 파리는 앤트워프 로테르담 등 벨기에 네덜란드는 물론 독일 라인강변 경제 도시들과 수운으로 연결된다.또 아비뇽 등 프랑스 남부 관광지대의 론강도 독일 모젤강과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도 도나우강을 독일 엘베강과 연결,수도 빈을 내륙 수운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한다는 계획이다.또 동구권 국가들이 3만㎞가 넘는 거미줄 같은 유럽 운하망에 연결되면서 로테르담에서 흑해까지 유럽 전체가 운하 네트워크로 재편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운하 건설에 대해 유럽 내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적지 않다.마인-도나우 운하를 건설할 때만도 환경 훼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지금은 경제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가 주류다.

베를린.뉘른베르크.브뤼셀=김동욱/이정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