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설) 연휴(2월6~12일)기간 베이징에선 여느해 춘절 때와 마찬가지로 밤마다 폭죽이 터진다.길거리에서 터지는 요란한 폭죽소리로 잠을 설치기는 매한가지이지만 작년보다는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이 한결 줄어든 것 같다.춘절 기간엔 아침 길거리에 마치 빨간 페인트를 뿌린 듯이 널부러져 있는 폭죽의 잔해들도 작년보다 확실하게 적어졌다.얼핏보면 차분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중국 춘절의 떠들썩함이 없어져 명절기분이 안나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서 폭죽은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꼭 따라다니는 온국민의 '주술적 놀이'다.액운을 쫓고 좋은 운을 불러들인다고 믿기 때문에 결혼식 등에서도 폭죽은 빠지지 않는다.하지만 올 춘절에는 폭죽의 판매량이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는 소식이다.

중국정부가 폭죽 터뜨리는 시간을 대폭 줄인 것도 한 이유이지만,그보다는 마음이 편치 못한 중국인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중국서민의 허리를 휘게 하는 물가상승과 작년 10월 이후 30%나 하락한 주가 등은 자본주의 초년병인 중국인들에게 충격적인 일이었을 것"이라고 춘절 연휴 기간 중 만난 한 중국 언론인은 말했다.

많은 중국인들이 물가가 1년 새 두세 배 오르는 것을 경험하며 놀라고 있다.단기간에 주가가 폭락하면서 그동안 돈을 벌었던 사람이든,큰 손해를 본 사람이든 엄청난 상실감에 빠져 있다.그래서인지 춘절소비도 크게 줄고 있다고 한다.베이징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이번 춘절처럼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나오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고 말한다.

여기다 설상가상으로 남부지역에 내린 폭설도 이번 춘절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었다.길게는 48시간 이상을 기차 안에서 보내야 해도 기꺼이 고향을 찾던 사람들이 이번엔 폭설로 귀향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구이저우성 안후이성 등 전기가 끊기고 휴대전화도 불통이어서 그야말로 고립무원으로 춘절을 보내고 있는 곳도 여전하다.폭설로 인해 중국관광업체의 춘절 수입이 7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치솟는 물가와 자산시장의 동요,그리고 폭설은 이번 중국의 춘절을 '우울한 명절'로 만들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