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부터 작년 하반기까지 코스피지수가 1000에서 2000으로 두 배 오르는 사이 대부분의 종목 주가가 급등해 저평가된 가치주는 더이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작년 10월 말 이후 불과 3개월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조정장에서 중소형 가치주들의 주가가 덩달아 급락하면서 저평가 주식들이 다시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종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으로 저평가된 기업이 4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상장 종목의 23%에 해당된다.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주당 순자산가치(청산가치)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다시 말해 상장사 4곳 중 1곳 정도는 주가가 청산가치를 밑돌 만큼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예금보다 더 좋은 주식

물론 PBR가 낮다고 무조건 좋은 주식은 아니다.자산 효율성이 워낙 낮아 만년 주가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종목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PBR가 낮은 주식 가운데는 자산 효율성이 높으면서도 시장에서 소외돼 저평가된 종목이 상당수다.

가치투자자문 집계에 따르면 PBR가 0.8배 이하로 낮으면서 자본 효율성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 이상인 종목은 현 주가 기준으로 모두 82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사장은 "PBR 0.8배 이하는 회사를 청산할 때 내야 하는 세금까지 감안한 극도로 보수적인 저평가 기준"이라며 "더구나 ROE가 10% 이상이면서 PBR가 1배 미만이란 얘기는 그 회사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매년 창출하는데도 주가는 청산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만큼 낮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이런 종목 가운데 상당수는 자산을 현 시가 기준으로 재평가할 경우 PBR는 더 낮아진다"며 "장기 보유할 경우 예금보다도 더 안전하고 좋은 주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성이 낮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소외된 시멘트 방직 제약 섬유 건설 철강 제지업종 내 중소형주 가운데 이런 종목이 많다"고 덧붙였다.

◆가치주펀드가 편입한 종목

전문가들은 최근 급락장에서 주가가 같이 빠져 저평가 매력이 한층 더 높아진 이들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조정장의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실제 가치주펀드들의 경우 이미 상당수가 이들 저평가 종목들을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밸류자산의 '밸류10년주식'의 경우 고려개발 다함이텍 동양건설 한섬 아비코전자 인선이엔티 등을,신영투신 '마라톤주식'은 동일방직 한국공항 한일건설 코메론 피제이전자 세원정공 에스에이엠티 등을 편입 중이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이 자산가치보다도 낮다.예컨대 동일방직의 경우 서울 삼성동에 있는 본사 부지 가치만 따져도 시가로 2000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사업보고서에는 장부가 30억원만 잡혀있으며 시가총액은 1629억원(5일 종가 기준)에 불과하다.

허남권 신영투신 상무는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들 상당수가 영업과 무관한 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주주활동이나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가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